세계의 공장은 옛말이 되어 버렸다.
중국 탈출 러시?
한국 뉴스에서는 외국 투자자 중국 탈출 러시를 요란스럽게 보도한다. 일부는 사실이다. 중국 현지에서 외국 기업이 공장을 접고 사업을 철수한다는 소식을 종종 접한다. 이제는 외국인들이 투자보다 배당 등을 통한 투자 회수에 집중한다는 말도 들린다. 특히 미국 등 일부 서양 기업들, 그리고 일본 기업들이 그렇다고 한다. 한국 기업으로는 북경과 중경에서 현대 자동차가, 옌청에서 기아 자동차가 사업을 접는다, 규모를 줄인다는 소식이 있다.
반면 안유화 교수의 ‘더 플로’ 책을 읽어보면 미국 월가 금융 자본들은 중국 투자를 더 확대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자본에는 국적이 없다. 미중 갈등은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돈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뛰어든다. 중국이 금융 시장을 조금이라도 개방할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 투자 자본들은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빠르게 줄을 서고 있다.
불안한 중국
2022년 말 중국 코로나 통제 정책 폐기 이후로 2023년 1월까지 공식 통계는 없지만 (중국 정부가 발표를 중단해 버렸다) 중국에서 사는 감과 회사 내부 직원 감염률 통계를 참고해 보면 한 달 만에 70-80% 사람이 코로나에 걸렸다. 그리고 중국의 리오프닝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세계 시장의 성장 동력이 되리라 기대했던 중국의 성장률은 가까스로 5% 수준이었고 이것도 이전 코로나 통제 시기 기저효과를 생각해 보면 그리 멋진 숫자는 아니었다.
중국 은행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예전에는 중국 사람들이 돈을 빌려 부동산 투자를 했었는데, 이제는 돈이 생기면 그냥 부채를 상환한다고 한다. 코로나 불확실성을 다년간 제대로 경험한 중국 사람들은 소비와 부채에 대해 보수적으로 변해버렸다. 중국 GDP의 25-30%를 차지한다는 부동산 시장 부진은 개선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세계의 공장은 옛말
그렇다고 중국 경제가 위기라고 단정할 수 없다. 저임금, 임가공 중심 세계의 공장으로 역할을 했던 중국의 역할이 종말을 맞이했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미중 갈등, 미국의 압박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은 ‘쌍순환’ 즉 수출, 외국인 투자뿐만이 아니라 내수를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임금 인상을 장려하고, 내수 소비를 장려한다. 기업에게는 인건비 부담 증가이고 아직 내수 확대가 뚜렷이 보이지는 않지만 중국에서 당이 그렇게 결정하면 그렇게 가는 거다. 토 달 사람이 없다. 성공, 실패는 시간이 그리고 결과가 보여줄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전략은 단순 임가공 중심 제조업은 축소하고 전기 자동차, 자율주행, AI, IoT, 로봇, 드론 등 첨단 산업에 국가 역량을 최대한 집중하겠다는 거다.
Compete with China
제목을 with China로 썼지만 한국이 중국과 ‘행복하게, 함께’ 지낼 시대가 왔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어디 그런 달콤한 관계가 존재하는가? 이제 한국과 중국은 보완 관계가 아니고 경쟁 관계이다. 한국 기술, 자본을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 공장에서 생산을 하여 세계 시장에 물건을 파는 구조는 이미 끝장난 지 오래다. 한국 정부의 미래 전략, 미국 정부의 미래 전략, 일본 정부의 미래 전략은 대동소이하다. 결과적으로 중국과 같다. 이제 전략이 문제가 아니고 누가 더 잘하느냐, 즉 실행력이 문제다.
싸구려 물건 중국? 그건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저가 검색하는 사람이나 느끼는 거다. 중국 시장에서 가성비가 중요한, 부피가 가장 큰 범용 제품 시장에서 이제 한국 업체는 중국 업체에 밀려 설 자리가 없다. 삼성 핸드폰은 중국 시장 점유율 1% 미만이고 공장도 철수했다 들었다. 전기 자동차, 배터리, 자율주행, AI, 로봇, 드론 이 미래산업에서 도대체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 대비 경쟁력이 있는가? 각종 연구소 연구조사 결과를 봐도 한국 기업은 객관적으로 열세다. 조선 산업도 중저가 시장은 중국 업체가 가져간다고 하고 유일하게 한국이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분야는 반도체이다. 그래서 미국, 중국, 한국, 일본, 대만이 그 마지막 남은 반도체를 놓고 대놓고 상대방을 배제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Cooperate with China
한국 기업 중국 관련 비즈니스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 중국 배터리 기업이 한국에 투자한다는 뉴스가 있다. 중국에서 만든 제품은 미국 보조금을 못 받지만 미국과 FTA가 되어 있는 한국에서 만든 제품은 보조금 수령이 가능하지 때문이다. 또 동남아 등 배터리 관련 원료 투자에서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이 합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회사에서 소위 중국통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중국이 아닌 한국, 동남아도 인사 발령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한중 합작 기업, 동남아에서 한중 합작 기업에 파견되는 것이다.
한국이 미중갈등이라는 복잡한 외교 지형 위에서, 그나마 일부 선도하고 있는 분야에서 일부 가능한 전략이다.
카카오, 네이버가 세계 AI 시장을 이끌 선도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현대 자동차가 중국 BYD처럼 전기 자동차를 잘 만드는지, 어떤 한국 기업이 앞선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는지, 어느 한국 기업이 경쟁력 있는 로봇, 드론을 만들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요새 중국 경제 붕괴를 논하는 뉴스 기사, 유튜브 콘텐츠가 종종 보이던데 한국에게 그런 저주의 굿을 할 여유 시간은 별로 없어 보인다.
부메랑 효과
일본과 독일이 서구 국가로부터 자본과 기술을 받아들여 발전한 후 그 국가들에서 더 우수한 제품을 역수출한 현상을 말한다. 일본 기업으로 한 수 배운 삼성, 포스코 같은 한국 기업이 도리어 일본 업체를 초월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거대한 규모와 최신 기술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도전할 차례이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