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랑을 기억하며
1998년 클론, 대만
1996년 발표된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空達里 沙巴拉)**가 1998년 대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곡의 성공으로 클론은 대만의 주요 예능 및 음악 방송에 연이어 초대되었으며, 대만에서만 100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했다. 이는 장혜매, 주화건 같은 대만 인기 가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대단한 기록이었다. 당시 클론은 대만에서 가장 주목받는 외국 스타였다.
서희원 (한국어 발음으로)
(오른쪽부터 서희원, 서희제)
서희원과 그녀의 동생 서희제(쉬시디)**는 대만에서 유명한 방송인 자매다. 언니는 배우로서, 동생은 가수이자 MC로서 활약하며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인기가 높아 대만에서는 각각을 ‘따에스(大S)’, ‘샤오에스(小S)’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희원과 서희제는 1994년 가수 그룹 SOS(Sisters of Shu)로 데뷔했다. 그후 두 자매는 배우와 MC 등 다양한 방송 활동을 이어갔다. 당시 대만과 홍콩에서는 가수가 MC나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서희원은 2001년 드라마 《유성화원(流星花园)》에서 금잔디 역할을 맡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대만판 《유성화원》은 2001년 방영되었으며, 한국판 《꽃보다 남자》(2009)보다 8년 앞섰다. 일본에서도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2005년에 드라마가 제작되었으니, 같은 이야기가 대만, 일본, 한국 세 나라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셈이다.
《유성화원》을 통해 아시아 스타가 된 후, 서희원은 대만 영화, 드라마에서 활약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유성화원이며 2003년 영화 천녀유혼에서 여자 주인공인 섭소천 역을 맡기도 하였다. 한편, 그녀의 동생 서희제는 대만 대표 토크쇼 《康熙來了》(캉시라이러)의 MC로 활약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1998년 서희원 & 구준엽
서희원과 구준엽의 첫 만남은 1998년 대만의 한 클럽에서 열린 파티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서희원은 구준엽의 팬이었고, 동생과 함께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도 공개적으로 “구준엽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은 첫 만남 이후 자연스럽게 연애를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과 대만 모두 연예인의 공개 연애가 공식 활동에 영향을 주던 시기였다. 여기에 부모님의 반대, 기획사의 제약, 그리고 장거리 연애의 어려움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1년 만에 끝이 났다. 구준엽이 이별을 통보하며 관계는 마무리되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가 주고받은 선물을 20년 넘게 간직할 정도로 오랜 시간 서로를 그리워했다.
2011년 서희원의 첫 번째 결혼 & 이혼
2011년, 서희원은 중국 사업가 왕샤오페이(汪小菲)와 결혼했다. 서희원은 1976년생, 왕샤오페이는 1981년생으로 5살 연하였다. 두 사람은 2011년 3월 베이징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으며, 결혼 후 1남 1녀를 두었다. 이후 서희원은 연예계 활동을 거의 중단하고 가정생활에 집중했다.
서희원은 대만에서 아이들을 키웠고, 왕샤오페이는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며 베이징에 거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점차 관계가 소원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중국과 대만을 오가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고, 왕샤오페이의 호텔 및 외식업 사업이 악화되면서 부부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왕샤오페이가 SNS에서 대만을 비판하는 정치적 발언을 하며 논란이 일었고, 이는 서희원과의 관계에도 부담을 주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두 사람은 2021년 11월 공식적으로 이혼을 발표했다. 왕샤오페이는 이후에도 “내 돈으로 서희원과 구준엽이 살고 있다”는 발언을 하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2022년 구준엽과 재회 & 결혼
서희원이 이혼한 후, 구준엽은 23년 만에 그녀의 예전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다. 전화를 받았을 때 구준엽은 중국어로 “我是光头”(위쓰광토유, “나 대머리 구준엽이야”)**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서희원은 “나 희원이야”라고 한국어로 답했다고 한다. 20여 년이 지난 후 첫 통화에서 각자 상대방의 언어로 자신을 소개한 것이다.
두 사람은 통화를 통해 20년 전의 감정을 다시 확인했고, 바로 결혼을 약속했다. 한국에서는 2022년 2월 8일 혼인 신고를 마쳤고, 대만에서는 2022년 3월 8일 정식으로 신고를 마쳤다. 2022년 3월 9일, 구준엽은 대만에 입국하며 새로운 인생을 함께 시작했다.
2025년 춘절, 갑작스러운 소식
결혼 후 두 사람은 3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SNS에 올라온 사진과 소식들만 보더라도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2025년 2월 3일, 서희원이 일본에서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가짜 뉴스라고 생각했지만, 동생 서희제가 공식 발표를 하면서 사실로 확인되었다.
“설 연휴 동안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갔는데,
가장 사랑하고 친절한 언니 희원이
독감으로 인한 폐렴 합병증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1월 29일부터 독감 증상이 나타났으며 1월 31일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입원을 하지 않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2월 1일 밤 상태가 악화되었고, 결국 2월 2일 오전 7시, 회복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구준엽의 서희원의 임종을 지켰다고 한다.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중국어로 ‘예기치 못한 상황’을 ‘의외(意外)’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같은 뜻으로 쓰이지만, 중국에서는 ‘의외보험(意外保险)’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예상치 못한 사고’라는 의미가 더욱 강하다.
서희원 씨의 갑작스러운 소식은 그야말로 의외 중 의외였다. 23년을 기다려 다시 찾은 사랑이 채 3년도 되지 않아 이런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구준엽 오른쪽 팔뚝에는 닻과 대만의 위도와 경도가 그려져 있다. 둘의 사랑은 그곳에 영원히 머무를 것이다.
Remember, Together,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