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선택지

현상 유지는 전략이 아니다

by 글검의 중국 노트

| 기업은 생명체다


기업은 환경에 따라 때로는 성장하고, 때로는 축소와 차별화를 통해 생존을 도모하며, 때로는 사라진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전략과 운명 역시 그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전 부회장 권오현은 “경영자는 뇌처럼 사고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과 경쟁자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 변화에 맞춰 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선택은 전략이 아니다. 환경이 변하는데 나 홀로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 그 선택은 결국 도태로 이어질 뿐이다. 어렵더라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다. 결정을 미루고 “다음 경영자에게 넘기자”는 태도는, 결과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조금씩 갉아먹는 선택일 뿐이다.


| 선택의 순간 : 생존 또는 철수


경영학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마이클 포터는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라고 설명했다. 원가 우위이거나, 차별화에 성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존을 선택한다면, 다음 조건 중 하나는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경쟁사 대비 명확한 원가 우위를 가지고 있는가

기술·품질·브랜드 차별화를 통해 원가 차이를 상쇄할 만큼의 가격 프리미엄을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가


이 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버텨보자”는 선택은 전략이 아니라 희망에 가깝다.

빠른 판단만이 기업가치 훼손을 막을 수 있다.


| 구체적인 철수 방식 : 매각, 자산 양수도, 청산


중국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했을 때 선택지는 세 가지다.

1. 지분 매각

2. 자산 양수도

3. 법인 청산


지분 매각은 다시 부분 지분 매각(1-1)과 전체 지분 매각(1-2)으로 나뉜다.

자산 양수도는 예외적인 방식이지만, 기업의 핵심 가치가 법인이 아니라 특정 자산에 있을 경우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청산은 다른 모든 선택지가 사라진 뒤에 남는 마지막 수단이다.


| 1-1. 부분 지분 매각 (경영권 지분만 매각)


이는 회사가 아직 매각 가치를 가질 때, 경영권 지분을 경쟁업체나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하고 일부 지분을 남기는 방식이다. 지분율이 20% 미만이면 지분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연결 회계를 걱정할 필요도 없게 된다.


지분 매각으로 법인은 그대로 유지되고, 단지 법인의 주주만 변경된다. 법인과 직원 간의 근로계약 역시 원칙적으로 유지된다. 부분 지분 매각으로 소액주주로 남아 배당이나 기술·브랜드 사용료 등을 통해 일정 수익을 계속 공유하는 구조도 시도해볼 수 있다. 외자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리스크는 줄이면서 투자 수익의 일부를 유지할 수 있는 매력적인 구조이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외자기업을 인수하면서, 미래에 배당이나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이익을 이전해 주고 싶어 하는 인수자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매수자는 인수 시점에 기존 계약과 비용 구조를 정리하고, 인수 이후에는 완전히 ‘자신의 회사’로 운영하려 한다.


매도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런 철수 방안은 결론적으로 현실에서 쉽지 않다. 당신이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한 후에도 매수자가 브랜드, 기술 등 당신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싶을 때만이 가능한 실현 가능성이 제한적인 전략이다.


| 1-2. 전체 지분 매각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선택되는 방식은 전체 지분 매각이다. 회사의 가치가 아직 남아 있을 때, 사업 전체를 과감히 매각하는 방식이다. 법인은 유지되고, 주주만 변경된다. 아직 흑자를 내고 있거나, 고객 네트워크·설비·인력 등이 시장에서 여전히 매력적일 경우 장부 가치 이상의 프리미엄도 기대해볼 수 있다.


외자기업이 중국 로컬 기업에 인수되는 경우 직원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조직 안정성 저하와 노무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자기업이 떠난다면 어떻게든 세금을 더 징수하려는 세무 리스크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5, 6, 7편에 별도로 설명이 되어 있다)


| 사례) 월마트의 지분 매각


미국 월마트는 중국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 사업을 병행해 왔다. 그중 온라인 사업의 핵심은 이하오디엔(一号店)이었다.


월마트는 중국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자, 2016년 이하오디엔의 지분을 징동(JD.com)에 매각했다. 징동은 타오바오와 함께 중국 온라인 유통을 대표하는 플랫폼이다. 징동은 이하오디엔을 흡수해 자사 플랫폼 체계로 통합했고, 월마트는 그 대가로 징동의 지분을 취득했다. 이후 월마트는 징동 지분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며, 중국 온라인 커머스 사업에서 사실상 퇴장하면서 슈퍼마켓, 샘스 등 오프라인 시장에 집중했다.


| 2. 자산 양수도


제조업의 경우 공장, 설비, 인허가, 인력이 모두 법인에 귀속되어 있기 때문에 자산만 떼어내 매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법인 지분 매각이 선택된다.


그러나 기업의 핵심 가치가 법인이 아니라 플랫폼, 데이터, 네트워크와 같은 특정 자산에 있을 경우에는
지분 매각보다 자산 양수도가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중국 법인이 글로벌 본사의 직속 사업부에 가까워 법인은 껍데기에 불과하고, 그 법인이 보유한 로컬 데이터나 네트워크가 핵심 자산이라면 자산만 이전하고 법인은 청산하는 방식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중국 법인에 다른 소액주주 파트너사가 있을 경우 일반적으로 자산양수도는 주주총회 만장일치가 필요하므로 소액주주 동의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


| 사례) 우버의 자산 양수도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는 중국 시장에서 디디추싱과 경쟁했다. 이후 경쟁의 본질은 점차 서비스 품질이나 기술이 아니라, 대규모 보조금 경쟁으로 전환되었다. 결국 자금력이 핵심 경쟁력이 되었고, 우버는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지원을 받는 디디추싱을 이길 수 없었다.


우버는 중국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했지만, 중국 법인의 지분을 매각하지는 않았다. 대신 중국 사업을 구성하던 사용자 계정, 플랫폼 데이터, 운영 시스템 등 핵심 자산을 디디추싱에 이전하는 방식으로 철수를 진행했다.


특이한 점은 우버가 자산 이전의 대가로 현금을 받지 않고, 디디추싱의 지분을 취득했다는 점이다.
경쟁에서는 물러났지만, 중국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에는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선택한 것이다.

월마트와 우버의 사례를 볼 때 매각 대금으로 중국 로컬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성장에 투자하는 간접적인 방법이 가능하다.


| 3. 법인 청산


법인 청산은 최후의 선택이다.

자산을 정리해 국가(세금), 직원(급여) 등 우선 채권자에게 배분하고, 남은 자산을 은행과 공급업체 같은 일반 채권자에게 변제한 뒤 잔여 재산이 있을 경우에만 주주에게 돌아간다.


청산 과정에서는 직원 보상 문제가 먼저 불거지고, 세무 당국은 각종 세무 이슈를 제기한다. 공급업체 역시 채권 회수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청산은 미래의 수익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현재 장부가치를 기준으로 정리된다. 기계 설비의 경우, 현금화 과정에서 장부가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


결국 청산은 철수 전략이라기보다 다른 모든 선택지가 사라진 뒤의 마지막 정리 절차에 가깝다.


| 사례) 삼성 : 지분 매각과 청산을 병행한 철수 전략


삼성은 중국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R&D, 판매·서비스 등 서로 성격이 다른 여러 법인을 동시에 운영해 왔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했던 만큼, 철수 방식 역시 하나가 아니었다.


삼성은 팔 수 있는 법인은 팔았고(지분 매각), 법인 전체 매각이 어렵고 매수자가 특정 자산만을 원한 경우에는 자산을 매각한 뒤 법인을 정리했으며(자산 양수도), 사업체로서의 매력이 이미 없는 경우에는 청산을 선택했다.


즉, 가치가 남아 있을 때는 매각을, 가치가 사라졌을 때는 청산을 택한 것이다.


쑤저우에 위치한 LCD 생산법인인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지분 100%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정리했다. 공장, 설비, 인력, 인허가, 고객사 네트워크가 모두 법인에 귀속된 구조였기 때문에 인수자인 TCL CSOT에게는 법인 전체를 인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었다.


반면 삼성전자의 마지막 스마트폰 생산기지였던 광둥성 후이저우 공장은 2019년 가동을 중단한 뒤, 생산 설비와 관련 자산만을 중국 로컬 기업에 매각하고 법인은 청산되었다. 당시 인수자 입장에서는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없는 회사를 통째로 인수할 유인이 크지 않았고, 삼성전자 역시 법인 전체를 매각할 경우 내부 데이터·시스템·문서에 대한 접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 보호 측면의 부담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중국 내 다수의 휴대폰 판매 및 서비스 법인에 대해 지분이나 자산 매각을 검토하지 않고 곧바로 청산 절차를 밟았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사실상 붕괴된 상황에서, 중국 내에서 독립적인 사업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판매·서비스 법인은 청산 외에 현실적인 철수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 마무리 및 다음 글


제값을 받고 팔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전부다. 인수자의 눈에 아직 충분한 가치가 남아 있을 때 사업을 매각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법인 전체를, 그것이 어렵다면 일부 자산이라도 제값을 받고 팔아야 한다. 청산이라는 마지막 수단까지 몰리지 않도록 말이다.


다음 편에서는 지분 전량 매각을 전제로, 철수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