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과 경제보상금

모호하기 때문에 더 위험한 문제

by 글검의 중국 노트


| 서론 - 중국에서 파업권은 인정되는가


중국에서 파업권은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1982년 헌법 개정 과정에서 ‘파업권’이라는 표현이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파업이 발생하지 않는가.
발생한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지 않을 뿐, 파업이나 집단적인 업무 거부는 지금도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노동조합법은 ‘파업(罢工)’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지만, 업무정지(停工)나 태업(怠工)이 발생할 경우 공회가 노동자를 대표해 기업과 협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파업이라는 용어는 없지만, 파업에 준하는 상황은 제도 안에서 처리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중국의 법체계에서 파업은 명확히 금지되어 있지도, 그렇다고 명시적으로 보호되고 있지도 않다.

법이 모호하다는 것은 해석의 여지가 크다는 뜻이고, 그만큼 외자기업 경영자에게는 불확실성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지분 매각 과정에서 노무 관리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노무 관리에서 가장 큰 분쟁 요소는 바로 경제보상금이다.


| 주지 않아도 되는 (그러나 안 줄 수 없는) 퇴직금, 경제보상금


경제보상금 문제는 그 정의에서부터 시작된다.


중국 노동계약법 제46조에 따르면, 경제보상금이란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노동계약을 해지하거나 종료할 때 지급해야 하는 금전적 보상”을 의미한다. 즉, 회사 사유로 고용관계가 종료될 때 지급해야 하는 것이지,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지급할 필요가 없다.


같은 법 제47조는 경제보상금 산정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경제보상금 액수은 [근속연수(N) × 월 평균임금]이다.
- 근속연수는 0.5년 단위로 올림 계산하며(예를 들어 5년 2개월이면 5.5년),
- 월 평균임금은 노동계약 해지 전 12개월간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한다.

여기에는 기본급, 정기 상여금, 고정 성과급, 직무·직책 수당이 포함되지만,

일회성 보너스는 포함되지 않는다.


정의만 놓고 보면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제도가 노무 분쟁의 중심에 놓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극단적인 사례를 가정해 보자. 만약 의도적으로 불성실한 경영자라면, 내보내고 싶은 직원에게 경제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려 할 수도 있다.

(요새 한국에서는 이를 '직장내 괴롭힘'이라고 표현한다)

또 다수의 직원에게 경제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상황이 예상된다면, 수당 및 보너스를 축소하여 최근 12개월 평균 임금을 낮추려는 유인을 가질 수도 있다.


이처럼 경제보상금은 제도의 취지와 달리 노무 관리에서 가장 자주 갈등이 발생하는 지점이 된다.

그리고 사업 철수라는 큰 변화를 앞둔 상황에서는 그 갈등이 더욱 증폭되기 쉽다.


핵심적인 문제는 이것이다. 외자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 철수를 할 때 모든 직원들에게 경제보상금을 주어야 하는가?


| 직원들의 심리 상태


지분 매각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직원들은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게 된다.

인수자는 어떤 회사인가, 나는 계속 이 회사에 남을 수 있을까, 급여와 복지는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을까.


만약 인수자가 또 다른 외자기업이거나, 중국 기업 중에서도 급여와 복지 수준이 높은 국유기업이라면 직원들의 불안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인수 기업이 낮은 급여 수준, 열악한 복지, 높은 노동 강도, 그리고 직원을 소모적인 자원으로 대하는 기업 문화를 가진 경우라면 직원들은 불안해 하기 시작한다.


중국에서 외자기업은 일반적으로 급여와 복지 수준이 높고, 경영 시스템이 비교적 선진적이며, 직원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를 가진 조직으로 인식되어 있다. 이러한 회사를 다니던 직원들에게, 외자기업이 급여와 복지, 노동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고 알려진 기업에 매각된다는 소식은 당연히 큰 불안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직원들은 이를 “사실상 선택의 여지 없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제보상금에 대한 요구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즉, 직원들은 지분 매각으로 인해 근로조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 그럼 경제보상금을 줘야 하는가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다.


대답은 No and Yes이다.


엄밀히 말하면, 지분 매각으로 주주만 변경되는 경우에는 법인이 그대로 존속하므로, 기존 노동계약 역시 원칙적으로 유지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법적으로 경제보상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지분 매각 이후 직원의 실질적인 급여나 복지 수준이 하락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주주가 기존보다 불리한 조건의 노동계약을 제시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퇴사를 요구하는 경우라면, 이는 회사 사유에 의한 계약 해지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하지만 문제는 ‘회사 귀책’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는 점이다. 성과급 비중이 크게 확대되어 급여의 변동성이 커진 경우, 출퇴근 차량 등 일부 복지 제도가 축소된 경우, 과연 이러한 변화만으로 경제보상금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쉽지 않다.


더 나아가 외자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주주가 변경된다는 사실만으로, 향후 처우가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경우에도 경제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더욱 논쟁적이다.


앞서 말했듯이, 주주가 변경되기 때문에 경제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경제보상금 지급을 선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한국 대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할 때에는, 근속연수 N에 위로금·취업준비금 명목의 일정한 알파를 더하는 방식, 즉 N+1, N+2개월에 해당하는 경제보상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있어 왔다.


직원들 역시 이러한 관행을 인지하고 일정한 기대를 갖게 되는 만큼, 회사가 경제보상금 지급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라면, 이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 언제, 어떻게 문제가 발생하는가


앞서 언급했듯, 외자기업이 중국 로컬 민영기업에 사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는 경제보상금 이슈가 특히 쉽게 분쟁으로 번진다.


문제가 발생하는 시점은 대개 지분매각계약(SPA) 체결 전후다.
아무리 NDA를 체결하고 조용히 딜을 추진하더라도, 자문사 용역이 시작되고 실사, 특히 방문 실사가 진행되는 순간, 소문이 퍼지는 것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중국은 꽌시(关系)를 중시하는 사회다. 불안과 궁금증을 느낀 직원들은, 잠재적 인수자 회사에 근무하는 지인을 통해 관련 정보를 알아내려 한다.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는 불안감, 혹은 계약이 이미 체결되었다는 사실에서 오는 분노가 겹치면, 직원들은 집단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집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인사부장이나 법인장실 앞에 모여 압박을 가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사무실을 점거하거나, 회사 정문을 막아 출입을 통제하기도 한다.


다만 중국에서 이러한 집단 행동이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확산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 폭력이 개입되는 순간 공안의 인식이 급격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권리 주장으로 보며 관망하던 사안을, 사회 안정을 해치는 질서 교란 행위로 인식하게 되고, 그 즉시 적극적인 개입이 시작된다. 직원들 역시 이러한 공안의 입장 전환에 대해 본능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직원들은 경제보상금 문제를 관철하기 위해, 그동안 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비교적 소통이 가능하다고 느끼는 외자기업 경영진에게 먼저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경제보상금에 대한 부담은 1차적으로 외자기업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사전 준비


모든 문제는 사후 대응보다 사전 준비가 훨씬 중요하다. 직원과 노무 관리 이슈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관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첫째, 외자기업이 중국을 떠날 때는 일정 수준의 경제보상금 지급 가능성을 전제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법적 의무 여부를 따지기보다, 근로 조건 변화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을 이해하고, 경제보상금을 일부 지급하는 방향으로 선제적으로 판단해 공유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가능하다면 비교적 이른 시점에 방향을 정하고, 그 결과를 공회를 통해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회사와 공회 간의 갈등 구조로 전환되는 상황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

중국에서 공회는 법적 대표성을 가진 유일한 조직이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방정부나 노동국 역시 회사와 공회 간 협의를 우선적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회사 경영진 입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상황은, 회사와 공회가 대립 구도로 굳어지고, 직원들의 요구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공회가 직원 의사를 여과 없이 전달하는 ‘압박 창구’로 인식되는 경우다.

이러한 구도가 형성되면, 공회는 직원들로부터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불만의 대상이 되고, 회사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요구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공회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지 못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회사가 선제적이고 명확한 의사결정을 내린 뒤, 그 결정과 계획을 공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직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공회를 통해 갈등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완화·관리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이를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모든 직원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단 요구를 수용하기 시작하면, 직원들은 추가적인 요구를 반복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전에 명확한 기준을 확정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퇴직까지 몇 개월 남지 않은 장기근속자에게, 굳이 조기 퇴직과 함께 경제보상금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퇴직 시점까지 고용을 유지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비리나 횡령 등으로 징계를 앞둔 직원에게 경제보상금을 지급할 이유도 없으며,
병가 중인 직원이 병가 이전 급여를 기준으로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실 경제보상금과 관련한 핵심 의사결정은 ‘기준일’을 설정하는 데 있다. 특정 기준일을 정하고, 그 시점까지의 근속연수와 이전 12개월 평균 급여를 기준으로 경제보상금을 산정하면 된다.
산정 기준을 N으로 할 것인지, N+알파로 할 것인지를 사전에 공회와 협의해 확정한 뒤, 직원들에게 명확히 설명하면 된다.


파업, 업무 태만 등 직원들이 갈등을 확대시키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사전 예방하기 위해 다음 행위를 하는 직원에게는 경제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임을, 사전에 분명히 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파업이나 태업 등으로 정상 근무를 하지 않은 직원

근태가 불량한 직원

비리·비위 사실이 적발되는 등 윤리성이 현저히 부족한 직원

퇴사 시점까지 필요한 인수인계를 성실히 완료하지 않은 직원


|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사후 대처


사전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을 경우, 직원들은 집단 행동에 나설 수 있다.

경영진 사무실 앞에 모여 점거하거나, 명확한 답변이 나올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는 상황도 드물지 않다.


이미 이러한 집단 행동 사태가 벌어졌다면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다음 행동을 해야 한다.


우선, 공안과의 연락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사회 안정이며, 집단 행동이 발생했을 경우 공안의 개입은 질서 유지 차원에서 불가피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공안의 연락 창구를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공안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오히려 직원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어 공안 연락은 가능한 한 조용하고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둘째, 회사 경영진으로서 의연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당황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면 직원뿐 아니라 정부 역시 더 강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직원과 정부가 동시에 원하는 하나의 해결책이 있다. 외자기업이 가능한 한 많은 경제보상금을 지급하고 철수하는 것이다. 일정 정도의 경제보상금 또는 위로금은 고려할 수 있지만 직원들의 단체 행동, 정부의 강압적 태도에 눌려 과도히 양보하고 보장을 약속하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 아무리 통제가 강한 중국이라도 기업의 자율성에 대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제한되어 있으니 너무 먼저 스스로 기죽을 필요 없다. 직원 및 정부에게 당당하게 대하여야 한다. 법은 회사 편이다.


셋째, 즉답하거나 즉시 보장하지 말아야 한다.
직원들의 단체 행동을 처음 본 사람은 감정에 영향을 받아 섣불리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내리는 결정은 나중에 되돌릴 수 없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부 보상에 대한 검토는 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던질 수 있지만, 직원이나 정부가 제시하는 모든 요구를 즉각 수용하겠다는 메시지를 주어서는 안 된다. 얼마 시간 이내에 직원 및 정부의 요구에 대답을 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 기한은 없다. 어렵겠지만 감정을 가라앉히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시간은 여전히 회사 편이다.


마지막으로, 매수자를 최대한 이 과정에 끌어들여야 한다.
이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매도자보다는 매수인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과 공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제보상금 문제는 매도인 혼자 감당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
매수인 역시 책임의 일부를 공유하고, 논의의 장에 함께 서야 한다. 중국의 상황은 중국인이 가장 잘 이해한다. 가능하다면 매수인이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참여해 이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 마무리 및 다음 글


직원과 경제보상금 문제는 법의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과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다. 경제보상금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거나, 결정을 미루는 순간, 딜은 재무적 계산이 아니라 직원의 불안 때문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다음 편에서는 철수 과정에서 또 하나의 핵심 변수인 세무국 이슈를 다뤄보려 한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