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법, 속으로는 금액
| 딜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 이유
외자기업 철수의 마지막 관문은 세무국이다. 계약이 체결되고, 파트너사와 직원들을 설득하고, 공상변경까지 마쳤다고 해서 철수가 곧바로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공상변경은 법인대표와 주주 변경을 공식적으로 등기하는 절차다. 공상변경을 마쳤다면 법적으로는 지분 매각이 완료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지분 매각 대금을 본국으로 회수하는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세무국과 외환관리 관련 신고 절차가 필요하다. 세무국 신고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지분 매각 대금의 외환 송금이 진행되지 않는다.
세무국이 철수 과정의 마지막 관문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외자기업의 철수 소식을 접한 세무국은 세무 이슈를 한 번 더 점검하고 세금을 한 번 더 추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인식한다.
파트너사와 직원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 철수의 큰 산을 넘었다고 느끼는 순간, 또 하나의 까다로운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 세무 이슈는 언제 시작되는가
지분 매각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세무국의 관심은 시작한다. 실사 인력의 출입, 자문사의 방문, 내부 직원들의 동요는 세무국 입장에서도 충분히 눈에 띄는 신호다.
중국에서 비밀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매수자나 자문사를 통해 소식이 흘러나가고, 직원들은 각자의 꽌시(关系)를 통해 정보를 맞춰본다. 여기에 개인적인 추측이 더해지며 소문은 빠르게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세무국 역시 관련 정보를 접하게 된다. 특히 외자기업이 철수를 결정했다는 인식이 퍼지면, 세무국 내부에서는 이를 마지막 점검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보다 면밀한 검토에 들어간다.
| 세무국은 무엇을 문제 삼는가
세무국은 크게 보면 증치세, 기업소득세, 그리고 지분 양도와 관련된 양도소득세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과거에 공제받았던 매입 증치세액에 대해 공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공제 불인정을 요구하는 경우다. 세무국은 체납금(일 0.05%)이 일 단위로 가산된다며 빠른 납부를 요구한다.
브랜드 사용료, 기술 사용료, 내부 관계회사 거래도 자주 문제 된다. 관계회사 거래에 대해 손금 불인정 처리가 이루어지면서 기업소득세 추징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분 양도 소득세도 마찬가지다. 투자금과 회수금의 범위, 출자 구조, 내부 거래 내역 등을 문제 삼아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금액을 확대 해석하려는 시도가 나타난다. 매각 대금이 최초 투자금보다 작다고 해서 양도소득세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세무국은 절세 목적의 저가 양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감정평가 보고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매각 대금과 감정평가 금액 중 더 큰 금액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 겉으로는 법, 속으로는 금액
세무국은 이전에는 문제 삼지 않던 사안들이 하나둘 다시 검토하기 시작한다. 과거에 묵인되었거나 관심 밖이었던 사안들까지 뒤늦게 재해석하며 문제 제기하기도 한다.
세무국은 회사 방문 빈도를 높이고, 자진납세를 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설명한다. 말이 설명이지 사실상 압박, 더 나아가서는 협박이다.
세무국 공무원들이 자주 회사를 찾는다. 회의실에서 마주 앉아 인사를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한다. 언제 중국에 왔느냐, 가족들은 같이 왔느냐 인적사항도 물어본다.
그러고는 세무상 약간의 문제가 있다며 본론을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 바로 내지 않으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에 대해 설명하며 회의를 마친다.
세무국은 항상 법과 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모든 주장은 세법 조문에 근거하고 세무국의 해석과 논리가 더해진다. 법적 논리를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결국 논의의 결론은 하나다.
“그래서 얼마면 되나요?”
세무국 역시 조직이며, 내부에는 연간 목표와 KPI가 존재한다. 연말이 다가오는데 목표 달성이 부족한 경우, 압박의 강도가 높아진다. 그러다 새해가 되면 다시 압박의 강도가 느슨해진다. 세무국도 모자란 KPI를 채워야 한다. 그래서 모든 것은 금액의 협상으로 귀결될 수 뿐이 없다.
| 세무국이 절대 권력은 아니다
세무국이 갑자기 방문 회의를 요청하면 외자기업 담당자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고신기업(고급기술 보유 회사로 인정되어 법인세 10% 감면 혜택을 줌) 자격 유지 문제나 기업 신용도 평가와 연계된 리스크를 언급하면 담당자의 부담은 더 커진다.
분명 세무국은 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 같은 사안이라도 벌금을 더 많이 부과하는 등 기업의 부담을 크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기억해야 할 점도 있다. 세무국 역시 행정기관이며, 정해진 법과 절차의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기업은 세무 처분에 대해 행정복의(行政复议)와 행정소송이라는 불복 절차를 활용할 수 있다. 행정복의는 같은 건에 대해 상급 세무국에서 다시 한번 판단하는 절차이고, 행정소송은 행정기관인 세무국이 아닌 사법기관인 법원을 통해 재판단을 구하는 방식이다. 행정복의로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행정소송에서 세무국 판단이 부인되는 사례는 중국에서도 존재한다.
이러한 절차로까지 문제가 확대되는 것은 세무국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특히 외자기업은 법과 절차에 따른 대응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어, 세무 공무원들 역시 외자기업을 일방적인 압박하는 데 조심스러워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가 그들을 겁내하 듯 그들도 우리를 겁낸다.
외자 기업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대응해야 한다.
전제는 기업 스스로가 세무적으로 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 그래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우선 가장 좋은 대응은 평소의 준법 경영이다. 문제 없이 법인을 운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문제가 없음을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평소에 준비해 둬야 한다. 세무국의 판단과 자문사의 의견이 모두 회사에 불리하게 나온다면 그 문제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그 경우에는 불필요한 다툼을 피하고 빠른 납세로 문제를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반대로 세무 이슈의 금액이 크고 쟁점이 논쟁적이라면 세무국과 다투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럴 때 혼자 판단하지 말고 회계법인·세무법인과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세무 이슈 해결을 위한 별도 자문 용역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자문사 선정을 위해 여러 자문사를 비교하며 의견을 듣는 과정 자체가 대응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3개 자문법인을 선정하고 지금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물어보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면 어떤 자문사가 나에게 도움이 될 지 금방 알 수 있다. 때로는 세무국이 추징한 세액을 감면 또는 면제 받게 되면 감면 금액의 일정 비율을 보수로 지급하는 성공보수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이런 성공보수 방식을 중국에서는 자문사가 보수 변동성 리스크를 부담한다고 하여 리스크대리(风险代理)라고 부른다.
세무국과 협의 시 서두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이 세무국의 압박에 놀라 너무 빨리 자진납세를 해버리면, 세무국에 그 회사를 ‘받아 내기 쉬운 대상’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당신이 세금을 내버리는 순간 세무국은 바로 다음 카드(세금 추징 이슈)를 꺼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 생각하면 가장 유력한 두 개의 카드를 꺼내겠지만, 만만한 상대라고 생각하고 시간 여유가 충분하다면 준비했던 다섯 장의 카드를 모두 꺼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서두르지 않고 신중히, 그리고 천천히 대응하는 편이 유리하다. 세무국은 체납금이 늘어난다면 회사를 더 압박하겠지만 승산이 있다면 자문사와 더불어 세법 조항를 하나씩 따져가며 반대로 세무국을 압박하는 방법이 낫다. 그들도 실적 압박을 받는다. 시간은 의외로 우리 편이다.
구체적인 세무이슈 안건마다 세법 논리와 특성이 달라 일괄적인 해법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문 자문사와 같이 한 달만 열심히 공부하면 그 안건에 대해 세무 공무원보다 더 많이 알 수 있다. 세법 조항만 봐서는 안된다. 관련 사례, 판례를 최대한 많이 찾아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음을 최대한 설명해야 한다. 세무국이 계속 납부를 종용하면 본사에서 소송도 불사하라는 지침이 있어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같이 전달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힘들지만 모든 것은 협상이다.
| 그래도 체면은 살려주자
중국에서 문제 해결은 논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은 협상을 통한 조정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체면이다.
납부를 지연하거나 거부하더라도 상대의 체면을 무너뜨리지 않는 표현이 필요하다.
“본사의 승인 없이는 결정할 수 없다”는 말은 외자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설명이다. 현지 사정을 이해하지만, 본사 승인과 공식 문서 없이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현지 자문사는 세무국과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 본사 역시 다른 해석을 알고 있으며 중국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음 등을 세무국 대상으로 설명하면 세무국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데 부담을 가질 수 있다.
그들도 결국 세무국 내부 상사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따라서 그들에 상사에게 보고할 수 있는 '납득 가능한 지연 사유'를 함께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외자기업이 중국 세법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음, 이번 안건에 대한 반론의 근거 및 사례도 많이 파악하였음, 외자기업 본사는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음 등 내용이 세무국 내부에 보고되도록 해야 한다.
싸움은 계속하되 그들의 체면은 살려주어야 한다.
수차례의 담판, 논쟁을 거쳐 세무국도 이 회사가 만만한 회사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기 마련이다. 이때 적정선에서 금액을 정하고 납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의를 인정받아 체납금은 되도록 안내도록 결론을 내는 것이 좋다.
본사 이유로 매너 있게 세무국을 압박하고 시간을 끌어라. 그들도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다.
| 딜의 최종 마무리
자금을 완전히 회수해야 딜은 실질적으로 종료된다.
그리고 세무국의 확인 없이는 지분 매각 대금의 외환 송금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세무 이슈는 딜 마무리를 위한 가장 중요한 마지막 산이다.
매수자와의 계약, 파트너사와 직원 문제를 넘어 마지막으로 세무국 이슈까지 원만히 정리할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외자기업의 철수는 온전히 완성된다.
자, 이제 당신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