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사전 소통과 원칙 유지

by 글검의 중국 노트

| 성공적인 철수


철수(withdrawal)는 후퇴(retreat)나 패주(rout)와 구분된다.

후퇴는 불리한 상황에서 전선을 급히 조정하는 행위이고, 패주는 지휘 체계가 붕괴된 상태에서 무질서하게 이탈하는 상황을 뜻한다. 반면 철수는 전투력을 보존한 채, 사전 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질서 있게 특정 지역에서 이탈하는 작전이다. 여기에는 적과 아군을 모두 고려한 정보전과 심리전, 부대 별 단계적 이동 계획, 그리고 시간을 벌기 위한 후위 작전까지 포함된다. 어느 하나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철수 작전은 실패한다.


중국 사업 철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정보와 심리를 사전에 관리하지 못하면, 갈등은 예상보다 빠르게 폭발하고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계획과 절차를 지키며 질서 있게 대응한다면, 사업 철수는 혼란이 아니라 소중한 투자금을 다시 본국으로 온전히 회수하는 성공적인 과정이 될 수 있다.

| 장애 요인 : 두려움과 욕망

철수 과정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장애물은 이해관계자의 두려움과 욕망에서 비롯된다.

잠재적 매수인, 기존 파트너사, 직원, 세무국을 포함한 정부 기관, 그리고 공급업체까지.이들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이 철수 과정을 바라본다.


파트너사는 이 과정을 계기로 과거의 손실을 보완하거나, 향후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자 한다. 직원들은 인수 이후 근무 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경제보상금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 세무국 역시 사업 철수를 추가적인 세수 점검의 기회로 인식하고, 관련 세무 이슈를 다시 살펴보기 시작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악의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손실을 줄이고 불확실성을 관리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에 가깝다. 이를 단순히 문제로만 보기보다는, 그 배경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방식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

| 장애 극복을 위한 핵심 기준

각 기업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이해관계자들의 두려움과 욕망 역시 제각각이기 때문에 철수 과정에서 언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를 일괄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철수를 완수하는 기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소통과 원칙이다.

충분한 사전 소통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심리와 요구를 조기에 파악하고, 이를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파트너사가 주주총회 서명을 미루고, 직원이 집단 행동에 나서며, 세무국이 세무 이슈 미해결을 이유로 외환 송금을 막고 있다면, 그 시점에서는 이미 선택지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상대의 두려움과 욕망을 읽어내고 그것을 당신의 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소통이 중요하다고 해서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유연함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김건희 회장은 한때 “원칙 없는 착함은 울타리 없는 밭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울타리가 없으면 결국 지켜야 할 것마저 지키지 못한다. 상대가 당신이 밀면 흔들리고, 당기면 넘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협상은 균형을 잃기 쉽다. 그때부터 요구는 점점 거칠어지고, 기대는 처음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까지 확대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업 철수 과정에서는 상황에 따라 방식은 조정하되, 한번 세운 원칙만큼은 끝까지 유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갈등을 키우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 글을 마치며

사업 철수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상황과 대응 방식은 앞선 글들에서 다뤘다.

물론 그 밖의 변수도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공급업체나 주요 고객과의 갈등이 격화될 수도 있고, 직원들이 공회가 아닌 별도의 대표 조직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다.

모든 상황을 미리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비교적 유효하게 작동하는 해법은 분명하다.
그것은 다시 말하지만 충분한 사전 소통, 그리고 명확한 원칙의 설정과 유지다.

글은 여기까지다. 이제 당신의 성공적인 사업 철수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 공개된 글로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혹시 문의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booknsword1@naver.com 으로 연락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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