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동부/서부로 구분, 중국은 북방/남방으로 구분
중국을 북방과 남방을 나누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회수를 기준으로 나누는 방법, 장강(양쯔강)을 기준으로 나누는 방법이 있는데 기후 조건을 기준으로 보자면 회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더 맞는 듯하다. (지역 구분 관련 자세한 사항은 아래 ‘관련 글’ 참고) 회수는 저장성, 안후이성을 지나가기 때문에 두 성을 어느 한쪽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 이남 상하이, 저장, 후베이성 등은 모두 남방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동’북’ 3성은 모두 북방으로 구분한다. 미국은 동부, 서부로 구분하지만 중국은 보통 북방과 남방으로 구분한다. 중국의 동쪽은 북방에 포함되고, 서쪽은 티베트, 위그루족 등 소수민족 지역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문화 차이는 기후의 영향이 가장 크다. 북방은 춥고 건조하며(대륙성 기후), 남방은 따뜻하나 습하다(해양성 기후). 남방이 따뜻하다 하지만 습도가 높기 때문에 온도만 보고 남방의 추위를 무시하면 안 된다. 같은 기온 0도라고 하더라도 북방은 피부만 추울 뿐이지만 남방에서는 뼈 속까지 춥다. 기후 차이가 나니 집에 난로가 있으면 북방, 없으면 난방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전에는 이런 구분 법이 어느 정도 맞았다. 일 년에 며칠 안 되는 추위를 견디고자 난로, 히터, 온돌을 설치하는 것은 낭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며 ‘남방’에 속하지만 난방기기를 설치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참고로 에어컨을 의미하는 중국의 空调는 에어컨, 히터 두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는 기기를 가리킨다. 에어컨이 Air Conditioner, 즉 공기 조건 조절 시스템이니(짧게 공조라고도 부른다) 중국어 空调가 영어 에어컨의 원 뜻을 그대로 살려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남방 사람들은 겨울이 돼도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것을 보기 어려우니 눈이 오면 굉장히 반가워한다. 한국으로 스키 여행을 오는 중국 사람이 눈 덮인 산을 보고 너무 좋아한다고 하며 분명 남방 사람이다. 북방 도시 하얼빈은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19도 이고 최저는 영하 30도, 심하게는 40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니 눈을 보고 좋아할 리가 없다.
기후가 이렇게 다르니 사람들의 체격과 기질이 다르다. 북방 사람은 키가 크고, 덩치도 좋다. 반면 남방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왜소한 편이다. 북방 사람들은 날씨가 추워서인지 술을 좋아하고, 성격이 호방하다. 반면 남방 사람들은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꼼꼼한 편이다. 북방 사람은 다소 거칠고 남방 사람은 온순하다는 평도 있다. 상하이에서 비행기 연착이 되어 6시간 이상 승객이 기다리게 되었는데 남방으로 가는 비행기 손님들은 가만히 있었던 반면, 북방으로 가는 손님들은 항공사 직원 멱살을 움켜쥐어 배상금을 받아냈다는 소문도 있다. 북방 오빠들은 명절이나 결혼식 때 红包(빨간 현금봉투)를 두둑하게 챙겨 주지만 거친 성격에 여자 친구, 부인을 잘 때린다는 편견도 있다. 단오절 쫑즈(粽子, 찹쌀 안에 고기, 대추 등을 넣고 대나무 잎으로 쌓은 음식)를 만들어도 북방은 달게, 남방은 짜게 만든다. 북방 사람은 교자를 좋아해 춘절이건 중추절이건 명절에 모였다 하면 교자(饺子)를 먹는다.
언어생활에도 차이가 있다. 북방은 사투리가 있다 해도 보통화에서 억양, 발음이 약간 다른 수준이지만 남방, 그중에서도 특히 광둥, 푸젠, 상하이 등은 방언이 사투리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언어라 볼 수 있다. 남방 사람들은 공식적인 장소에서 보통화, 가족과 지인과 사적인 자리에서는 지역 방언으로 이중 언어가 생활이 되어 있다.
같은 보통화라고 하더라도 자주 쓰는 단어나 용법에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가 중국어 수업 시간 배우는 咱们,挺好的라는 단어다. 북방 사람은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너와 나를 咱们(잔먼)으로 표현하지만 남방에서는 이를 我们으로 표현한다. 남방 사람이 我们이라고 말하면, 이를 듣는 북방 사람은 자신(북방 사람)을 제외하고 상대방(남방 사람)을 포함한 다른 그룹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아주 좋다를 북방 사람은 挺(ting)好的라고 말하지만 남방 사람은 蛮(man)好的라고 표현한다. 좀 더 젊은 남방 사람이라면 超好的라고 말할 수도 있다. 북방 사람들은 영어의 R 발음과 유사한 儿化가 심하다. 예를 들어 천안문을 말할 때 남방 사람은 ‘티엔안먼’이라고 말하지만 북방 사람은 ‘티엔안머얼~’이라 발음한다. 특히 베이징 사람들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해 거의 모든 단어에 얼(R)을 붙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중국 사람들은 이를 베이징 방언이라고 부른다. 북경어가 곧 보통화다 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이 아니다. (보통화 정의 관련하여서는 아래 ‘관련 글’ 참고)
북방, 남방 사람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사용 단어가 완전히 다르다기보다는 사용빈도, 익숙함 정도가 다르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특이한 사항은 남방 지역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 중국 대륙 남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바다 건너 타이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화교들도 중국 대륙 남방에서 자주 쓰는 표현들을 자주 사용한다. 타이완의 주민들이 푸젠성에서 많이 건너갔고, 동남아 화교들이 대부분 중국 남방 지역에서 이주했기 때문이다.
이해를 위해 북방, 남방 사람을 단순하게 구분하여 비교했지만 이는 ‘대략적’인 비교로 참고 정도만 하자. 중국의 한 성이 대한민국 전체의 인구보다 많은 경우도 많다. 지역 차이보다는 개인 차이가 더 큰 경우도 많다. 중국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미리 편견을 가지기보다는 그 사람을 그냥 그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그래도 중국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북방 사람, 남방 사람에 대한 이런 비교가 어느 정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글
: 중국의 지역 구분
: 보통화와 방언
참고 링크
: https://youtu.be/rMTebY-Uwfo
: https://youtu.be/foaLHa5Omqw
: https://youtu.be/6IvbnavLo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