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셔스테이블 셀러 2년차 후기
이번에 신간 에세이 <적당히 솔직해진다는 것>을 낸 덕에 북페어에 셀러 자격으로 다녀왔다.
이렇게 쓰니 꽤나 거창해 보인다. 다시 쓴다. 책 팔러 갔다 왔다. 흐하하.
북페어에서 듣고 본 것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 본다.
이왕 쓰는 거 유유출판사의 말들 시리즈에 묻어가보려 글의 제목은 “북페어의 말들”..!
1. “이거 진짜 있었던 이야긴가요?“
한 남자분이었는데, 쌍꺼풀 수술을 하고 실밥도 안 뽑은 상태에서 학교에 출근해야 했던 내 이야기를 읽고는 이 질문을 던지셨다. 나는 내 책의 우아한 겉표지에 해가 되지 않으려 일부러 그 페이지를 펴서 관객들에게 보여주어 홍보하지는 않고 있었는데 하필 그 부분이 펼쳐졌나 보다. 첫 문단만 읽고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변했기에 오 이 책을 살 셈인가 싶어서, 아주 밝은 표정으로 “네! 백 프로 제 이야기입니다.”라고 대답했는데, “헐, 대박!“ 하고 입틀막(*손으로 입을 틀어막을 정도로 놀람)하신 후 다른 부스로 부드럽게 옮겨가셨다. 이럴 줄 알고 책에 실은 거지만, 내 솔직함 중에 수치만 읽고 가시는 건 좀. 대박인 책은 온라인에서도 팔고 있습죠. 우아한 부분도 읽어주라. 허허.
2. “나 원래 책 좋아해요.”
작년에는 부스에 앉아있다 보면 말을 걸어야 할지, 가만히 있으면서 관객의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지 고민했다면, 올해는 일단 말하고 보는 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북페어는 글 쓰는 사람들의 랩핑 서바이벌 흡사한 행사라서 가만히 있으면 무대에 올라가지도 않고 기권 깃발을 드는 꼴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내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내 글을 좋아해 줄 것 같은 사람을 관심법으로 골라내어 폭풍 랩핑을 선사하는데, 올해는 적중률이 영 틀렸더랬다. 2번의 말을 들은 건 대구 북페어에서였다. 우리 엄마 뻘의 연배가 있으신 아주머니라 내 책을 좋아해 주시지 않을 것 같아 간소한 설명을 미지근한 온도로 하는 중이었는데, 그분은 “잠시만요. 설명 그만 들을게요. 나 원래 책 좋아해요. 한 권 줘요.“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더라. 머릿속에서 징이 징-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독자의 연령대를 한정 짓고 있었다는 생각에 고개가 숙여졌다. 그 뒤로는 엄마 뻘 관객 분들에게도 폭풍 랩핑을 하기 시작했다며.
3. “창작물을 왜 나눠줘요? 나는 돈 내고 쓸게요.”
대구퍼블리셔스테이블은 독립출판듀오 안팎(AhnXPark)으로 참가하는 첫 북페어였다. 물론 작년에도 <싶하보>로 북페어에 참가한 경험이 있지만, 5명이 함께 쓴 책을 팔 때보다 온전히 내 글로만 채워진 책을 사람들에게 파는 것에 도무지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무어든 팔려면 파는 사람이 자신감을 가지고 팔아야 사는 사람도 믿음을 가지고 구매할 터였다. 마침 그때, 내 책을 사겠다는 당찬 여성이 나타났다. 나보다는 조금 더 나이가 많아 보였다. 무얼 믿고 내 책을 사는 걸까? 책 디자인이 멋있어서 샀는데 책 내용에 실망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서, 그가 달라고 한 적도 없는 책갈피 굿즈를 공짜로 드리겠다고 했다. 내 말을 듣자 그분이 하신 말. “창작물을 왜 나눠줘요? 나는 돈 내고 쓸게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방금 한 행동은 디자이너인 정원이와 글 쓰는 내가 발로 땀나게 뛰어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냈던 여름 동안의 노력을 없는 취급했던 거라는 걸. 그 뒤로 공짜로 북페어 관객에게 굿즈를 주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우리가 들인 땀과 시간만큼 우리의 책과 굿즈를 대접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으니까. 이 생각을 오래 지켜가자고 다짐했으니까.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그런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주기보다는 되려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 마음은 어떻게 사라지게 하는 걸까. 부끄럽지만 내가 만든 책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려 북페어라는 무대에 계속 올라가는 건 왜일까. 책 한 권 더 팔려고 그런 건 아닐 테고. 이런 질문을 마음속으로 하다 보면 결국 이 질문에 다다른다. 나는 왜 글을 쓰는 걸까. 세상에 이렇게나 좋은 책이 많은데 내 책을 만들려는 마음은 왜 생기는 거지. 북페어 중에 <적당히 솔직해진다는 것>이라는 내 책 제목을 보고 한 질문을 던진 분이 계셨다. “그래서 이제 답을 찾으셨나요?” 난 “아직 찾고 있어요.”라고 웃으며 답했지만, 사실은 이렇게 답하고 싶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