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풋살을 관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공이랑 풋살화도 사지 말걸, 당근에 무료 나눔을 하든 싼 값에 갖다 팔든 해야겠다며 남자친구에게 넋두리를 쏟아놓았다. 이젠 진짜 풋살의 ‘ㅍ’자도 안 꺼내겠다고 해놓고선 또다시 넋을 놓고 'ㅍ'자로 시작하는 말들을 중얼거리는 내게 그가 다정히 말했다.
“속상하면 얘기해야 풀리지. 다른 데 못하면 나한테 실컷 얘기해. 그리고 풋살 공은 나한테 당근 해. 내가 가지고 있다가 다시 공 차고 싶어지면 내가 또 되팔게. 하하. 웃기고 귀여워.”
<TV! 동물농장>을 볼 때나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 영상을 볼 때가 아니고서야 쉬이 우는 편은 아닌 내가 울 때는 보통 하고 싶은 말을 당시에 다 못해서다. 말을 하자니 짜치고, 말을 안 하자니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작 찝찝하다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고 한들 상황이 나아질 리가 없었다는 걸 아니까, 결국은 싹싹하거나 고분고분하지 못한 내 성격을 탓하게 된다. 적당하게 조용히 지냈으면 될 일이었다.
이런 기분은 초등학생 때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중고등학생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친구를 사귈 때 다 같이 어울리는 일을 쭉 피하고 있었나 보다. 타인과 가까워지고 싶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머리로는 알지만, 그물망처럼 여러 사람 안에 섞여 있다 보면 잔뜩 예민해져서다. 아무래도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결국 작은 그릇 같은 됨됨이를 들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고 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소심한데다 뻔뻔하게 웃지도 못하는 내가 사람들과 같이 부대끼며 하는 운동이 역시 무리였을까. 어젯밤 꿈에서의 나는 무려 세 골을 넣었더랬다. 그런데 기묘했던 점은 내가 차고 있는 공이 풋살 공이 아니라 반려묘 율무가 혼자 놀 때 쓰는 양모(양털) 공이었다는 거다. 율무 공으로 경기를 하고 있다는 걸 꿈속에서 자각한 나는 생각했다.
‘아. 이거 희한한 거 보니 요거 꿈이로구나. 맞다…. 나 이제 풋살 관뒀지. 그때 지금처럼 찼으면 공이 들어갔을 건데. 이제 못해서 아쉽다.’라고.
청소기 배터리가 다 되어서 충전기를 찾다가 풋살 공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괜히 또 보게 되고. 또 뭘 찾다가 풋살화 가방을 보고. 집이 좁은 건지 어디서 보아도 그냥 게네들이 보인다. 도서 판매 관련 물품들이 잔뜩이라 게네들을 어디 넣어놓을 저장 공간도 마땅히 없고. 내다 버리기엔 너무 좋은 걸로 샀다. 이런. 마음을 잘 가라앉혔다가 남자친구한테 당근을 가장한 임시 보호를 보내든지. 아니면 정말, 마음을 다스렸다가 용기를 만들어 새로운 풋살 클럽을 알아보든지 해야겠다. 만약에라도 새로 가입하게 되면 ‘가오나시’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유령처럼 조용히 수업만 들어야지.
저번주에도 이거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어서 글방에 글을 못 냈는데, 한 주가 지나서도 도저히 요거 말고는 쓸 글이 생각이 안 나더라. 그래서 그냥 넋두리로 중언부언 쓰는 글. 에헤이.
(+)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새로운 곳에서 수강 중이다. 팀에는 들어가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는 데에 전념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