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쓰기

by bookphoto

섣불리 우리라고 칭했던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있다. 만약 당신이 내 애정 범위 내에 있다면, 나는 곧 우려에서 비롯한 참견을 건넬지도 모른다. 우리에 대한 개인적인 명제를. 그게 마치 오랜 수학 공식이라도 되는 양, 세상 다 산 철학자의 표정을 하고선 운을 띄울 테다. 그러나 그 실체는 겨우 남루한 말과 감정의 무질서한 집합일 뿐.


“우리는 진짜 우리가 아니야. (한숨) 그러니 우리라는 말은 신중하게 써야 해. (한숨) 이 단어를 공평한 소리로 나눠 들었다고 해서, 그 말을 한 이의 속셈에 마음 놓고 휘말려선 절대 안 되는 거라고. (한숨) 넌 절대 우리가 될 수 없다고 오랜 시간 배배 꼬아 말하는 인간도 있다니까. (짧은 한숨 뒤 깊은 들숨) 어휴 인간아, 그러니까 내가 하려던 말이 뭐냐면!”


치부를 숨겨보겠다고 암호 같은 말만 잔뜩 늘어놓다가, 가슴을 치며 혼자 답답해하다가, 아마도 결국엔 물어보지도 않은 개인사를 다 털어놓지 않았을까. 이미 들어봤을 수도 있을 한낱 사람의 늘고 늘어지는 이야기는 얼마나 지루하기도 했겠나. 눈꺼풀에 눈물이 살짝 고인 채로 심드렁해진 당신의 앞에서 결국에 난 괜한 수치를 복기한 것에 후회하고 있을 거다. 울음을 웃음을 참는 것인지 모를, 우스꽝스러워진 표정이 된 채로 말이다.


우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남이 된 사이, 우리라고 생각한 적 없지만 우리가 된 만남, 우리가 될 듯 말 듯 나란히 간격을 유지하는 관계, 우리라고 불러보고 싶어졌지만, 양방향이 맞는지 숨을 고르는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 우리였는지 알아챌 새도 없이 지나간 존재, 내 옆에 있든 없든 우리라고 부를 소중한 이들,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우리가 될 수 없었던 그 사람, 또, 어떻게든 나의 우리가 될 미래의 우리. 모든 시간의 우리들.


그중에서도 내가 글 소재로 삼고 싶어해온 우리들에 대해선 어떠한가. 그들을 미워하지 않고 담백한 글로 써내보려 하지만 참 어렵다. 말하다 보면, 글을 쓰다 보면, 화가 난다. 눈물, 콧물이 속에서 끓는다. 아름답게 추억하기만 할 수가 없다. 원망하게 된다. 사실 내 탓도 있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나, 한 번 더 말하고 글로 써서 나만 괜찮아지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창작이라는 걸 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꺼내둔 내 마음이 혹시나 그들 앞에 부검하듯 놓일까 봐 종종 두렵다. 알고 있을 거다. 내가 한 말과 쓴 글과는 달리, 그때의 내가 그들을 얼마나 아꼈던지를. 그때의 당신들이 나를 어떻게 대해주었는지를. 서로에게 다정해 보려고 했던 그 섣부른 시도들을. 우리는 분명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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