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는 무난한 이별을 하고 맞은 토요일에는 부비프 책방에서 열린 북토크에 다녀왔다. 낮 축구를 다녀와서 시원하게 씻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막 마친 연애를 복기하는 방법도 하나의 일과가 될 수는 있겠다만, 나를 그렇게 혼자 불쌍해질 수 있는 상태로 두고 싶진 않았다. 무난해지려면 내가 무난하게 느끼는 곳으로 가야 했다. 그래서 그 주 토요일에는 해막님의 북토크를 들으러, 그다음 주엔 뮤쿄님의 이야기를 들으러 부비프에 다녀왔다. 덕분에 마음이 어렵지 않았다. 무난-했다.
작년 3월부터 풋살을 배우다가 요즘엔 축구공으로 공 차는 수업을 듣는다. 중간에 두 달 정도 쉬었던 것을 빼면 1년 3개월 정도 배운 거다. 처음엔 1분만 공을 따라다녀도 숨이 가빠서 경기장 벽에 있는 그물망에 매달려 있었는데 요즘엔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체력은 더 끌어올려야겠지만. 이제 보통 사람만큼은 체력이 되는 것 같아서 좀 뿌듯하다. 패스도 곧잘 한다. 그래서 자신감이 생긴 건지 남들 쉬는 틈에 벽에 대고 슈팅 연습을 했다.(그전에는 슈팅 연습을 하면 빵-빵- 나는 소리가 민망해서 소심한 마음에 시도도 않음) 인스텝(발등 중에서도 운동화 끈 있는 부분)으로 때린 공은 무지개 전반부 모양처럼 경기장 벽 높은 곳에 둥글게 닿았다. 이것은 흡사 감아 차기의 느낌이 아닌가? 혼자 감탄하고 있을 때, 한 동료가 내게 말했다.
“그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나도 모른다. 이리저리 차다 보니까 저기로도 간 거라서 다시 해보면 저리 간다는 보장이 없다. 킹오브파이터즈 게임 하듯이 아무 키나 막 누르다 보면 초필살기가 나오는 것처럼. 나도 당최 영문을 모르고 얻어걸린 멋진 궤적이었다. 그 궤적을 보고 내게 무릇 칭찬 따위를 하려다 멈춰 선 감독님의 예리한 질문.
“그거 크로스였어요? 슈팅이었어요?”
아무래도 크로스로는 맞고 슈팅으로는 틀린 궤적이었나 보다. 슈팅도 아직 패스하듯이 하는 내가 감히 크로스(멀리 있는 우리 편 선수에게 공을 올려주는 것)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어봤을 리가 없다. 하긴 애초에 골대가 벽 꼭대기에 달려 있질 않다. 왜 나는 갑자기 높은 곳에 공을 차보고 싶었을까. 잠시 대답을 고민하다가 애초의 의도를 실토했다.
“… 슈팅입니다.”
대답을 들은 감독님은 그러면 그렇지, 하고 우연한 묘기에 대해 흐흫, 웃으면서 지나가셨다. 나는 우선 슈팅이 급선무다. 슈팅을 잘하려면 발을 슛돌이처럼 뒤로 빡 움직여서 앞으로 뻥 차내야 하는데, 아직 나는 몸 일직선상에서 앞으로 움직이는 패스 형태의 슈팅밖에 하지 못한다. 다음 수업 때 가서 꼭 연습해야지. 얻어걸리는 골 말고, 골대 빈 곳에다가 제대로 공을 차보고 싶다. 열정이 끓어오른다. 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