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 싫은 선생님의 월요병 극복법

그래도 네가 선생인데 학교는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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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일 때도, 교사가 되어서도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아, 학교 가기 싫다.“


이 말을 서른이 넘어서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개학을 앞둔 방학 끝 무렵이나, 월요일을 앞둔 주말이거나, 아니면 학교를 다녀온 직후에도 나는 한숨을 쉬듯 이 말을 뱉는다. 그럴 때면 우리 엄마는 나를 세상 그 누구보다 한심하게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그 나이 먹고도 학교 가기 싫다고 할 줄 나는 꿈에도 몰랐지. 그래도 네가 선생인데 학교는 가야지.”


네 맞아요. 엄마. 저도 제가 학교를 평생 다니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우리 반 아이들은 아마 모를 거예요. 선생님도 자주 학교에 가기 싫어지곤 한다는 걸.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공교롭게도 창체 주제 글쓰기 수업 시간이다. 그렇다. 수업 중이다. 아이들에게 '월요병을 극복하는 법'이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하라고 해놓고선, 나도 글쓰기 모임에 제출할 글을 함께 쓰고 있다. 같이 글 쓰는 동지들이 있으니 글쓰기가 한결 가볍다.


"선생님 얼마나 써야 돼요?“


"저는 월요병이 없는데 어떡해요?“


글을 쓰기 싫은 학생들의 푸념이 교실을 한가득 채웠다. 배부른 점심시간을 보내고 글쓰기라니, 얼마나 쓰기 싫겠는가. 그 심정은 백번 이해한다. 나도 글쓰기 모임 합평 시간의 글 읽는 즐거움은 사랑하지만, 글을 쓰는 이 어려운 기분까지 썩 반기지는 않으니까.


"선생님 글 쓴 만큼 너희도 쓸래 그럼? 아니면 한쪽만 쓸래?”


나도 글 분량을 가득 채울 자신은 없지만, 선생님이 타고난 글 재주꾼인 줄 아는 아이들은 손사래를 치며 됐다고 한다. 한쪽도 감사히 채워 쓰겠다고. 실은 나도 한쪽을 다 채울 자신은 없는데. 이건 애들한테 비밀이다.


나라고 뭐 특별한 '월요병을 극복하는 법'이 있겠나 싶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삼세번이라고 세 가지 방법을 떠올려 적어본다.


첫째, 굽네치킨의 고추바사삭을 시켜 먹는다. 일요일에 삼시 세 끼를 챙겨 먹기란 보통 부지런해선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 말인즉슨, 자기 직전이면 허기진다는 뜻이다. 요즘엔 개그콘서트 밴드 음악을 들으며 일요일을 마무리하지 않으니 허기진 마음을 달랠 의식(Ritual)이 필요할 것이며, 나는 그 의식으로 고추바사삭을 택했다. 마블링 소스에 고추 맛이 더해진 고블링 소스와 함께 치킨 반 마리를 먹는다. 반은 꼭 남겨둬야 한다. 월요일을 무사히 마치고 온 미래의 나를 위한 치킨이기 때문이다. 고추바사삭을 떠올리면 일요일 밤도 꽤 꼬소롬하게 느껴지는 재미가 제법 있다.


둘째, 다음 주 주말 계획을 세운다. 나는 인간관계가 넓진 않지만 다행히 얕지도 않아서 내가 너무나 심심할 때면 나를 구원해줄 '구세주' 친구가 있다. 어쩌면 그 친구에게도 내가 구세주 일지 모를 일이지만. 우리는 보통 약속이 없고 늘 심심한 편이라 한쪽이 약속 계획을 물으면 그 약속은 성사되기 마련이다. 당연히 무엇이든 가능한 사이지만, 주기적으로 낯을 가리는 편의 성격이라 우리는 상대에게 늘 정중히 시간이 되는지 묻는데, 그 약속을 경건하게 잡는 과정에서 희한하게 월요병을 날리는 치유의 효과가 있다.


셋째, 배구를 본다. 일요일 TV 편성표에 가장 감사한 점은 여자배구가 편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행동이 굼뜨고 운동신경이 없는 편인 나는 여자배구를 보면서 어떤 희열을 느낀다. 머릿속의 내 몸은 만화 '하이큐'처럼 자율 반사신경을 활용해 날아다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에 어느 액션 히어로보다 멋진 배구선수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방 안에서만 굴러다니는 내 몸뚱어리에 간접경험을 시켜주는 것과 같기도 하다. 들어는 봤는가. 배구경기 시청으로 간접 운동이라니.


두서없지만 이렇게 나의 월요병 극복법을 정리해보았다. 아이들의 글쓰기 수업 시간이 끝나서 글은 여기에서 마무리해야겠다. 글 중반부부터 글이 잘 풀리지 않아 괜스레 반 아이들에게 읽어봐 줬는데, 빵빵 터져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 반 아이들은 사회생활을 벌써부터 잘한다. 암튼 기분 좋은 화요일 오후의 글쓰기. 여기서 끝~! (아, 아직 3일이나 더 출근해야 한다니.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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