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소주 모임에 참여하려고 적어보는 소원
소원 (所願)
[소ː원]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람. 또는 그런 일.
소원에 대한 뜻을 찾아봤다.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일이 내겐 무얼까, 생각도 해보면서. 사실 이 글을 쓰는 건 오늘 글방의 팩소주 파티에 참여할 자격을 얻기 위함이다. 내 글을 제출해야만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을 수 있고, 팩소주를 마시기로 한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어진 주제 ‘소원’에 집중하여 글을 써보기로 했다. 사실 소원이란 말을 평소에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렇게 거창한 일이나, 김구 선생님의 책에서나 쓰일 법한 아득하고 먼 단어라서 나는 소원을 우리 집에 잘 들이지 않는 편이다. 소원이라. 그럼에도 팩소주를 마시기 위해 소원이라는 단어를 골똘히 바라보며 먼지가 곰팡내 나도록 쌓인 내 마음속 서랍을 열어보았다.
첫 소원. 지금보다 큰 집으로 이사 가서 유기묘의 가족이 되어주고 싶다. 지금보다 큰 집이라고 해서 누구나 만족할 만의 크기의 집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슬라이딩 도어로 방과 거실이 구분되어 있는 1.5룸의 형태의 집에 살고 있다. 고양이를 위한 캣타워도 스크래쳐도 놓을 공간이 없다. 아마 고양이를 가족으로 들인다면 내 책 타워가 고양이의 캣타워가 될 것이고 내 책들이 고양이의 스크래치 전용 놀잇감이 될지도 모르겠다. 혼자 살기에도 작은 집이라 고양이를 들일 공간조차 없다는 것에 가끔씩 슬퍼지기도 한다. 그럼 왜 하필 고양이냐. 나는 고양잇과의 사람이다. 외모가 아니라 성격이. 혼자 있고 싶은 내겐 혼자서도 잘 있을 고양이가 반려동물로서 적합하다. 학교에서 끊임없이 나를 찾는 댕댕이 같은 학생들과 있다 보면 집에서만큼은 나로 오롯이 있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가끔씩 너 거기 있고, 나 여기 있지, 하며 서로를 바라보는 존재로서는 특히나 사람, 개보다도 고양이가 적합할 것이다. 이 문단의 요는 고양이와 살 수 있을 만큼 큰, 하지만 작고 아담한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거다.
다음 소원은 주황빛 조명이 있는 동네 카페에서 내 이름을 건 공연을 여는 것이다. 5, 6년 전에는 주간 개미와 야간 베짱이 생활을 했다.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기타 치고 노래를 하러 다녔다. 개미로만, 베짱이로만 지내는 것보다는 개미&베짱이로 지내는 것이 훨씬 정신없다. 스위치를 켜고 끄듯 모드를 자유자재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그때는 베짱이 모드를 즐기지 못했다. 개미로도 일하고 베짱이로도 일하는 느낌이었달까.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때 정말 재밌었지, 라는 생각보다는 그때 정말 열심히 살았지,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다시 노래할 기회가 온다면 진짜 베짱이처럼 즐기고 싶다. 오랜 시간 개미 모드로 돈을 벌었으니, 작은 카페 하나 빌려서 내 이름으로 된 공연을 하는 게 어렵지 않은 일 아닐까. 카페 앞 입간판에 “Live Mic 북포토”라는 글자가 쓰여 있고, 해 질 녘 주황빛 조명에 물든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내 기타 튜닝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면, 그리고 내가 만든 노래를 사람들 앞에서 부를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꿈만 같을까. 사실 마음먹으면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인데, 아직은 마음이 가지 않는다. 언제쯤 노래할 마음이 다시 생길지 모르겠다.
마지막 소원은 에세이 책을 출간하는 것. 가끔씩 글을 끄적이는 요즘. 글을 쓸수록 자신감이 사라진다. 특별한 이야기가 소진되어 가는 것이 꼭 주머니에 넣어둔 맛있는 초콜릿을 다 먹어가는 느낌과 흡사하다. 그럼에도 내 주머니에 초콜릿을 넣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이야기할 것은 또다시 생겨난다. 다 먹은 줄 알았는데 주머니 한켠에 정말 맛있는 초콜릿을 발견한 기분으로 글을 써 내려간다. 매주 수요일마다 글방의 사람들과 줌에서 만나 글을 낭독하고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그 기분이 든다. 이야기 초콜릿이 계속 생겨나는 샘이 내 주머니에 달린 기분이다. 그래서 난 계속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누군가는 읽어줄 책까지도 낼 수 있지 않을까. 일주일에 한 번씩 초콜릿을 찾아 먹는 마음으로 글을 꾸준히 써서 꼭 책을 내보고 싶다.
나의 소원.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런 일에 대해서 다시 쓰게 되기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