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J, 또는 인티제라고도 하죠
어제는 사주에 대해서 글을 써보았으니, 오늘은 mbti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나는 인티제(INTJ)다.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결과가 나온 적이 없다. 교사로 일함과 동시에 나이도 먹으면서 꽤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100% 내향에서, 70% 내향 + 30% 외향으로 변화한 것 말고는 두드러지게 달라진 점이 없다. 일단 사람을 싫어하고 애초에 사람에게 거는 기대가 작기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데에 어려움을 겪은 내게, MBTI는 나를 이해하게 도와주는 꽤 유용한 도구였다. 그래서 틈틈이 MBTI 관련 밈을 찾아보며 내가 희한한 축에 낀다는 사실을 은근히 즐기며 재미있게 읽고 있기도 하다.
인티제는 "전략가" 유형이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위스키를 마시며 체스를 두는 씬으로 등장하는, 은막에 가려진 악역들이 보통 이 유형의 mbti를 가지고 있는 편이다. 좀 별나다 싶고 어느 하나에 푹 빠져있는, 일명 4차원의 사람들이 인티제일 때가 제법 많다.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을 짜느라 인티제의 머릿속은 바쁘다. 다른 사람의 칭찬보다는 나 자신의 독설에 의해 움직이는 편이다. 역사 비화를 쭉 읽어봤을 때 세종대왕님의 mbti도 인티제일 것이라고 하는데 이 대목에선 왠지 내 mbti가 인티제라는 것에 자부심이 뿜뿜 솟는다. 그렇다고 내가 대왕님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왠지 친근감이 느껴져서 얼마 전 광화문광장에 가서 세종대왕님의 포즈를 따라 기념사진을 찍어오기도 했다. 이렇게.
내향형(I)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너무 지친다. 혼자 있고 싶다. 그런데 또 혼자 너무 오래 있으면 쓸쓸하다. 이내 헛헛한 마음을 풍미 좋은 원두 향을 맡듯 음미하며 시간을 보낸다. 같이 있으면서 지치는 것보다는 혼자 있으면서 쓸쓸한 편이 낫다. 인터넷에 유명한 짤 중에, 쓸쓸해하는 고양이에게 누가 다가가려고 하자 고양이가 왕! 하고 화를 벌컥 내는 짤이 있는데, 너무 나랑 비슷해서 킬킬킬 웃은 적이 있다. 이런 내가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니. 처음엔 강아지 같은 아이들이 왕왕, 하고 다가오면 마음이 야옹야옹, 너무 답답하고 혼자 있고 싶었는데, 단연코 교실은 교사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기에. 다년간의 수련을 거쳐 이제는 시간제 외향형(E)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단,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거나, 나에게 분명한 이익이 돌아오는 상황일 때 말이다. 그 외의 상황에선 솔직히 입을 앙 다물고 쥐 난 다리를 부여잡듯 견딘다는 표현이 맞겠다.
직관형(N)
엉뚱한 생각이나 재미있는 상상을 정말 많이 한다. 장래희망을 바꾸는 게 취미였던 나의 최초의 장래희망은 바로 발명가였다. 초등학교 놀이터에 있는 그네를 타고 싶었는데 고학년 언니 오빠들이 완전 차지해버려 그네를 탈 수가 없었다. 그때 알아차린 건 내 손에 쥐어진 줄넘기가 그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 그네에 줄넘기 줄을 걸고 손잡이를 그네 줄 삼아 일명 '줄넘기 그네'를 탔다. 그때 우리 학교에는 잠시 '줄넘기 그네' 열풍이 일었더랬다. 여덟 살의 초라한 상상력은 다른 저학년 아이들의 꿈을 펼치게 해 주었다는 아주 옛날 옛적의 이야기. 지금도 내 메모장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얼마 전부터 인공지능 관련 대학원을 가게 되었으니, 이제 진짜 인공지능으로 발명가 비스무리한 것이 될 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마흔부터 운이 튼다더니 인공지능이 그 열쇠인가 싶고. 부자 될 생각에 설렌다. 부자 되면 또 뭐하지.
사고형(T)
잡생각도. 깊은 생각도. 그냥 생각도 진짜 많이 한다. 나에게 멍을 때리는 상태란 뭐라도 한 가지는 가볍게, 어쨌든 생각을 하고 있음을 뜻한다. 생각이란 걸 안 해본 적이 없고, "넌 생각이라는 걸 하고 사냐?"라는 말을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생각을 안 하고 머릿속을 비운다는 건 내겐 불가능한 일이다. 아마 생각을 비우면 공중부양도 가능할 만큼 몸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내 머릿속은 온통 생각으로 가득 차 무겁다. 그래도 이 생각들 덕분에 인생에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생각은 내 보루와도 같기에. 굳이 생각하지 않고 살기보다는 생각하며 사는 쪽을 택하고 싶다.
계획형(J)
여행을 떠날 때의 내 계획표다.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자유여행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 때라면 나는 더욱 마음먹고 계획형으로서의 내 모습을 즐긴다. 엑셀에 여행 계획을 쓸 때면 짜릿함을 느낀다. 이 계획을 여행지에 가서 실현하면 꼭 내 손으로 마법을 부리는 것만 같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은 고쳐나가려 하고 있다. 반 아이들이 내 계획만큼 학습량을 채워주지 않으면 조바심을 느끼고 이에 혼을 낼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래, 오늘도 애썼다. 내일 마저 하자."라고 말하면서 아이를 달래는 정도까지는 발전했다. 내 계획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건 좀 별로다. 이제 해외여행도 슬슬 풀리고 있으니 새로운 여행 계획을 짜면서 남은 학기를 보내고 싶은데. 아직은 이르려나 싶어서. 괜히 마음만 들뜰까 봐 항공권도 안 찾아보는 중이다. 다음 여행으로는 남미가 좋으려나, 호주가 좋으려나. 계획 짤 생각에 다시 설렌다.
이번 글에서는 인티제의 각 요소와 내 경험을 짝지어 말해봤다.(꼭 수업하듯이 말해, 아니 글을 써버린 문장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인티제로서의 강점, 약점, 일화 같은 것을 글로 써보고 싶다.(이것은 차시 안내인가.) 괄호 안에 쓴 문장은 선생님들이라면 좀 웃어주실지 모르겠는 유머 같은 거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