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꺼내먹어요
캐럴을 요즘 자주 틀었다. 크리스마스가 오지도 않았는데 한 달 동안 몇 번이고 지나간 느낌이다. 브런치북 공모전 발표를 하루씩 손꼽아 기다리다 보니, 실은 발표가 난 지 오래이고 나는 진작에 떨어져서 2023년의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는 미래를 꿈에서 본 것만 같다. 문득 내 앞에 빛나는 크리스마스용 전구들이 오래되어 보인다. 너희 참, 조그맣고 부지런하게도 반짝이는구나. 이렇게까지 반짝일 날이, 나는 13일 남았고, 너희들은 17일 남았고.
문득 여지껏 살면서 내가 친 시험들이 떠올랐다. 면접을 볼 땐 선의의 거짓말이 필수다. 정직함만으로는 다른 참가자들의 멋진 진실과 소심한 거짓들을 이길 수 없다. 숨기고 속이는 데 능해진다면 면접은 하나의 쇼가 된다. 가난한 주머니 사정도, 못난 마음과 표정도, 당장의 걱정들도. 비둘기 마술처럼 새것, 예쁜 자태로 잠시 둔갑할 수 있는 것이 면접의 시간. 그렇게 나는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는데.
내게 글쓰기는 앞으로 솔직해져 보겠다는 선서 따위였다. 어느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보려다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참을 수가 없어서 방도를 찾고 또 찾다가 효험을 본 것이 솔직한 글쓰기였던 것. 이렇게 놓고 보니 VJ특공대 한 장면의 내레이션을 적어둔 것 같아 웃기지만. 진짜 효과가 있었다. 내 알몸 같은 글을 써서 두고두고 초콜릿처럼 꺼내 읽는 것이 지나간 내 삶의 쓴 맛을 달게 만들어주더라. 내 지나간 시간들이 다 글감이라니. 난 부자였어. 글감 부자.
슬픈 노래만 듣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캐럴을 들으며 쓴 과거를 단 맛의 풍미가 있는 글로 치환해본다. 캐럴 함수 같은 거다.(요즘 인공지능 공부 중이라 인공지능 유머를 해보았다.) 12월은 감사의 달. 캐럴 박자에 맞추어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하고픈 사람들을 떠올린 후 양 두 손가락으로 덴티큐, 텔레파시를 보낸다.
‘내게 글감을 주어 감사합니다. 저도 당신의 글감입니까? 우리는 글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었군요.‘
달콤한 초콜릿을 따뜻하면서도 쌉싸름한 아메리카노에 녹여 입 안에 둥그렇게 굴리면서 글로 다 써버릴 테다. 그리고 흥얼거리는 노래.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
오늘부터는 진짜 안 울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