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난~감하네~♬"
책방에 독립출판물 입고 메일을 처음으로 쓰던 순간이 기억난다. 제목 부분에서 깜빡이기만 하던 커서 바. 어느 책방에 가장 먼저 보내야 할지, 어떤 문장으로 시작해야 할지, 우리 책의 어떤 부분을 보여주고 어필할지, 마지막은 어떻게 마무리하는 게 좋은지까지. 난감하고 막막한 것이다. 백 통이 넘는 메일을 보내다 보니 이제 도가 텄다. 앞으로 이번 달 초의 나처럼 막막해서 어쩔 줄 모를, 외로운 독립출판 창작자를 위해서 이 글을 쓴다. 아 참, A to Z까지는 아니고 A to C 정도의 팁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나도 하수다. 그래도 100개는 족히 넘는 책방에 메일을 보내 30개가 넘는 곳과 입점 계약을 맺었으니 이 글을 쓸 자격은 충분한 듯하다.
A. 책방 리스트를 만든다.
엑셀을 연다. 지역, 키워드, 인스타 팔로워 수, 이메일, 연락처, 비고 등 정리해둬야 할 내용들을 제목 줄에 쓴다. '조용', '글쓰기 모임', '제로 웨이스트', '아트북 취급' 등의 키워드를 정리하다 보면 이 서점에 메일을 보내면 답이 올지 오지 않을지, 내 책과 결이 맞는지 판단이 선다. 그리고 무슨 노력을 해서라도 내 책을 입점하고 싶은 서점에도 눈이 뜨인다. 그런 서점이 있다면 '굵게' 표시를 해놓고. 이 리스트를 공유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1도 없으니 직접 손품, 발품을 팔아보셔라. 고생하는 만큼 알게 되고 또 얻는 법이다. 영업사원의 마음으로 임하시길. 파이팅.
B. 입고 메일 양식을 만든다.
사실 가장 베스트는 책방과 책방 사장님에 대해 리서치를 하고, 오직 한 책방을 위한 편지를 쓴다는 마음으로 메일을 보내는 거다. 그런데 내가 만약 단시간에 최대한 많은 책방에 입고 문의를 하고 싶다면, 이 방법은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편지를 쓰느라 새로 구운 따끈따끈한 책이 다 식어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식은 메일의 기본 틀을 만들어두고 살짝 변형하는 것이었다. 독립출판의 경험이 있는 친구에게 자문을 구한 후, 내가 정한 메일 문구는 아래와 같다. 내 친구의 경우 메일 본문에 책을 소개하는 말을 다 넣었는데, 우리 <싶하보> 같은 경우는 함께 보내면 좋을 홍보 이미지 및 제안서가 따로 있었다. 제안서의 경우에는 언론에 보내는 신간 홍보 기사(참고)와 흡사한 틀이었다. 그래서 아래처럼 인사말, 간단한 책 정보를 기재하고 자세한 내용은 압축파일로 첨부하여 발송했다.(2024.1월 첨언: 요즘엔 첨부파일이 아닌, 구글 드라이브 링크를 덧붙이는 것이 센스로 여겨지는 추세다.) 그리고, 하나 주의할 점. 우리랑 똑같이 문구 쓰면 안 된다. 사장님들은 글 읽고 글 쓰는 분들이다. 정성을 들여 문구를 만들기를 바란다. 한 가지 팁을 더 주자면, "커넥티드 북스토어"에 입고 메일을 써보면 좋다. 내가 써본 입고 메일 중에 가장 난도가 높았다. 입고 메일을 쓰는 페이지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이다.(2024.1월 첨언: “커넥티트 북스토어”는 현재 입고를 받지 않기에 다른 여러 서점에 입고메일을 써보는 것이 좋겠다.)
안녕하세요? 저는 OOO입니다.
□□책방에 혹시 저희 책을 입고할 수 있는지
용기를 갖고 문을 한번 두드려 봅니다.
책방 안 아늑한 공간 어귀에
저희 책이 꽂힌다면 참으로 기쁠 것 같습니다.
어느새 겨울의 문턱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책 제목:
책 이미지 넣기(목업 또는 깔끔하게 정돈된 이미지면 더욱 좋다.)
지은이:
값: #####원 | 페이지: @@@쪽
출간일: 2022년 #월 #일 | 분야:
사이즈: | 제본:
ISBN: | 발행인(또는 출판사):
*첨부파일로 제안서, 책 표지, 책 본문, 홍보용 이미지를 함께 보내드립니다.
*( )로 참여하였고, ( ) 예정되어있습니다.
*( ) 등의 프로그램 진행 가능합니다.
*텀블벅 등의 성공사례 홍보 문구
*독립출판 플랫폼 인디펍을 통해서도 주문하실 수 있습니다.(인디펍 입점 사실 알리기)
이메일 주소:
담당자: 이름(연락처) | 사업자 여부 쓰기
C. 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기다린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입고 메일 결과를 기다리는 건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고백하고 기다리는 것과 꽤 닮아있다. 그럴 때는 꾹 허벅지를 부여잡고 기다려야만 한다. 재촉 메일을 보내는 건 금기다. 그냥 기다리자. 기다리면 거절 메일이 오기도 하고. 스팸메일도 오고. 그러다 보면 계절도 바뀌고 그런다. 그래도 일단 기다리면서 취미생활을 하자. 사장님들도 사정이 있으실 테니. 일단 기다리자. 또 기다리자. 파이팅. 그리고 때가 되면.. 포기하자.
우리 <싶하보>의 근황을 마지막으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