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4년. 교사가 된 지 어언 3년째였던 스물여섯 살 겨울방학 때의 일이다. 남들은 빠르면 중학교, 느리면 고등학교 졸업 때 부모님이 해준다는 쌍꺼풀 수술을, 나는 사회인이 되고 내가 번 돈으로 했다. 병원에서는 현금으로 하면 할인을 해준다고 했다. 계좌이체는 안된다고 해서 현금을 준비해서 병원에 가야 했다. 5만 원권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때였는데, 병원 앞 ATM기에서 긴장한 상태로 버튼을 눌러서 몽땅 만 원짜리로 돈을 인출했다. 만 원짜리 150장을 금두꺼비라도 가져온 것마냥 소중하게 병원 수납원에게 내밀자 그 황당해하는 표정이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해 내가 담임을 맡았던 6학년 아이들은 이전 해에도 나와 같은 5학년을 했다. 그 말인즉슨 곧 과거가 될 내 눈의 역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수술을 한 해 미룰까 생각도 했지만, 부기만 잘 빠지면 살이 빠져서 숨겨져 있던 쌍꺼풀이 마법처럼 등장한 거라고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의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자연스럽게 해달라고 연신 부탁을 드렸다. 내가 교사고 아이들이 내 예전 눈을 아니까 제발 자연스럽게 해달라고. 수술 직전 상담 때도, 부분 마취를 하고 눈을 실로 꿰매는 중에도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의사 선생님은 아무도 알아챌 수 없게 잘 될 거라며 나를 안심시키셨다. 그런데.
수술한 지 2일째 되던 밤, 학교에서 긴급소집 문자가 왔다. 교육부에서 급한 공문이 내려와 교육과정을 짜야하니 전교원 내일 아침 출근하라는 내용이었다. 교감선생님께 출근을 못하겠다고 연락하려다가도 우리 학년의 교육과정 업무 담당이 난데 학교를 안 가기가 정말 죄송했다. 학년 업무가 마비될 터였다. 몸이 안 좋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개학날 쌍꺼풀이 생겨서 나타나는 것도 웃길 것 같았다. 출근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해결책이 필요했다. 붓기는 차치하고서라도 당장 실밥도 안 뽑았는데 이걸 어쩌나 싶었다. 엄마랑 순천 여행 갔을 때 역시장에서 5000원 주고 산 선글라스가 보였다. 박남정 씨가 쓸 법한 넉넉한 크기의 선글라스라면 붓기는 충분히 가릴 수 있을 터였다.
평소보다 더 힘든 출근길이었다. 차라리 회복이 다 되어서 예쁘게 짠- 하고 나타나는 상황이라면 덜 부끄러울 텐데 눈이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 중에 전교의 선생님들을 한 회의실에서 다 보게 되었다는 게 너무 쪽팔렸다. 라식 수술을 했냐며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거나, 쌍꺼풀 수술한 거냐고 선글라스 안을 들여다보려는 선생님들, 다들 성형외과 근처도 안 가봤을 것 같더니 사실은 자기들도 수술했다며 커밍아웃을 해오는 굉장히 다수의 선생님들도 있었다. 그 와중에 직업이 선생님이라 역시 칭찬해 주는 직업 정신을 잊지 않는 건지. 쌤 눈에는 매몰법보다 절개법이 낫다며, 쌍꺼풀 수술 방법을 잘 골랐다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분도 있었다.
교육과정에 들어갈 교과 융합 프로젝트 다섯 개를 커다란 전지에 빼곡하게 다 쓸 때까지 집에 가지 못한다는 교감선생님의 말씀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선글라스 때문인지 세상이 더욱 노랗게 보였다. 실밥만 없어도 어떻게 버텨보겠는데 회의를 보면서 전지에 글자를 쓸 때마다 실밥이 하나씩 터지고 피가 맺히는 느낌이 들었다. 돈 백오십을 들여 기껏 예쁘게 꿰매어놓았더니 내 눈은 갑작스러운 시련에 과거의 것으로 회귀하려 하고 있었다. 교육과정을 거의 다 짰을 때쯤 교장선생님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오셔서 하시는 말씀.
"아이고 안화용, 이 정도면 집에서 쉬지 그랬어. 우째 이 눈으로 학교를 왔노."
살신성인이 무엇인지 나는 몸소 느껴서 안다. 미용이든 치료든 눈에 실밥이 있으면 쉬어도 되는 것이라는 걸 그때 배웠다. 학교는 어쩌면 관대해지기도 하는 곳이라는 걸. 암튼 그 난리를 겪고 개학을 했다. 살을 잘라 다시 꿰매는 절개법으로 한 수술이라 붓기가 생각보다 더 오래갔다. 한 달은 선글라스를 끼고 출근을 하고 수업도 했다. 선생님이 수업 중에 선글라스를 껴도 되나 싶지만, 내가 선글라스를 벗을라치면 그걸 보는 모든 사람들이 제발 써도 된다고 애원을 했기에. 나는 어쩌다 멋쟁이 선생님이 되고 말았다. 최종 탈 선글라스는 우리 반 아이들의 결재를 받고 나서였다.
"쌤 선글라스 벗어도 되겠나?"
"아, 아직은 안 되겠는데요. 다른 반 애들이 놀랄 거 같아요."
한 달 후.
"쌤 선글라스 이제는 벗어도 되겠나?"
"(머리 위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