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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리남 Nov 25. 2020

그녀는 왜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을까?

말콤 글래드웰[타인의 해석] 리뷰

제 글을 찾아와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허락되신다면 영상도 보시고 좋아요와 구독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계속 책을 리뷰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https://youtu.be/dbv5JcIa1L4

경관 엔시니아는 앞에 차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이동하는 것을 보고 앞서 가던 차를 세우게 합니다. 엔시니아는 깜빡이를 켜지 않았음을 알리며 흑인 여성인 블랜드의 면허증을 조회합니다. 다시 블랜드의 차에 온 그는 블랜드를 보고 “괜찮으시죠?”라고 묻습니다. 이에 그녀는 딱지를 끊는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말하며 담배에 불을 붙입니다.

엔시니아: 담배 좀 꺼주시겠습니까? 좀 꺼주시겠어요?


블랜드: 여기는 제 차 안이에요. 왜 제가 담배를 꺼야 하죠?


엔시니아: 그럼 차에서 내리시죠.


블랜드: 차에서 내려야 할 이유가 없어요.


엔시니아: 차에서 내려요.


블랜드: 대체 내가 왜.


엔시니아: 차에서 내려요!


블랜드: 아뇨. 당신은 그럴 권리가 없어요. 그럴 권리가 없어요.


엔시니아: 차에서 내려요.


블랜드: 당신은 그럴 권리가 없어요. 나한테 내리라고 할 권리가 없어요.


엔시니아: 저는 권리가 있어요. 당장 내리지 않으면 끌어낼 겁니다.


블랜드: 내 신원을 밝히는 것 말고는 당신하고 얘기하지 않겠어요. (혼선)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고 차에서 끌어낸다고요?


엔시니아: 내리지 않으면 끌어낼 겁니다. 적법한 지시를 하는겁니다.



엔시니아: 내리세요. 당장 내리지 않으면 끌어내겠습니다.


블랜드: 그럼 변호사를 부르겠어요.


엔시니아: 내가 끌어주지요.


블랜드: 좋아요, 내 차에서 나를 끄집어내겠다고요? 좋아, 좋아요.


블랜드: 그래. 해봅시다.


엔시니아: 그럼 물론이죠(블랜드를 잡는다).


블랜드: 손대지 말아요! 손대지 말라고요!


엔시니아: 당신은 체포됐습니다!


블랜드: 내가 체포됐다고요? 왜죠? 무슨이유로?


엔시니아: (파견요청 무전)


엔시니아: 차에서 내리라고 했습니다!


블랜드: 내가 왜 체포되는 거예요? 왜 차 문을 여는 거예요.


엔시니아: 법에 따라 지시하는 겁니다. 불응하면 끌어낼 겁니다.


블랜드: 그러니까 나를 #$%#$%@ 한다고요?


엔시니아: (전기충격기를 꺼내며) 당장 나와!


블랜드는 체포되어 수감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사흘 뒤, 그녀는 유치장에서 자살했습니다.

수감되기전, 블랜드의 모습

미국사회에서 이 사건을 다룰 때 한쪽에서는 인종차별 문제에 관해 주장을 펼쳤습니다. 백인 경관이 흑인을 탄압한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개인의 문제인지 아닌지를 검토했습니다. 엔시니아라는 경찰관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정확히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양쪽 모두 그 나름대로 옳은 말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두 개의 문제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아웃라이어]와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책으로 글로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말콤 글래드웰입니다.


그는 이 논쟁이 한 때 시끌벅적했을 뿐 이제는 묻힌 문제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신은 이 문제를 쉽게 넘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바로 [타인의 해석]입니다. 원제를 정확히 해석하자면 “낯선 사람에게 말걸기”입니다. 저는 원제를 직역한 이 제목이 더 마음에 들고 내용에 더 걸맞다고 생각합니다.


글래드웰은 낯선 사람을 파악할 때 우리들이 사용하게 되는 두 가지 도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진실”과 “투명성”입니다.



1. 진실을 기본 값으로 두는 것


심리학자 팀 러바인은 거짓말하는 사람 22명, 진실을 말하는 사람 22명 중 누가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말하는지 맞추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여기에 실험에 참여한 이들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거의 맞추는 반면 56%만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맞추었습니다. 이는 경찰관이나 판사, 심리치료사, 정보국에 속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와 비슷한 실험을 한 평균값은 대략 54%가 됩니다.


팀 러바인은 이 값을 “진실 기본값”이라 명명하였고 사람의 말이나 행동, 태도를 판단할 때 진실 하다고 여기는 경향을 “진실 기본 값 이론(Truth-Defalut Theory)”이라 명명하였습니다. 이에 우리는 진실을 말하는 것을 맞추는 것에는 유능한 편이지만 거짓을 말하는 것을 맞추는 것에는 무능한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예시가 있습니다. 영국의 수상인 체임벌린은 히틀러를 파악하기 위해 그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히틀러가 전쟁을 벌이기를 원하지 않고 평화 교섭에 개방적이라고 판단합니다. 영국 외교관 네빌 핸더슨 역시 그를 판단할 때 전쟁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체임벌린의 협상은 2차 세계대전 연합국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로 꼽힌다.


두 번 째 만남 때 체임벌린은 간단한 합의사항을 적은 종이에 히틀러의 서명을 받아냅니다. 1938년 9월입니다. 이듬해 3월, 히틀러는 체코의 다른 지역에 쳐들어가고 9월에는 폴란드를 침략합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합의문서는 6개월 만에 종잇조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도, 외교의 전문가도 진실 기본 값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던 것입니다. 그리고 책에서는 비밀정보요원도, 판사도 그 값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우리 사람들은 낯선이를 대할 때, 이들이 진실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글래드웰은 이 진실 기본 값을 나쁘게만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 값이 없는는 것이 불운한 것이라 말합니다. 진실 기본 값이 없는 한 사람은 끊임없이 타인을 의심합니다. 이 사람이, 저 사람이 날 헤치지 않을까하고 잔뜩 경계합니다. 이들은 커피 값을 계산하고 받은 영수증에서 세금이 적합하게 떼였는지 계산합니다. 뒤에 줄이 길게 늘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어찌 보며 진실 기본 값을 가진 인간의 본능은 축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투명성이라는 신화


투명성이란 행동과 태도, 즉 사람들이 겉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속으로 느끼는 방식에 대한 확실하고 믿을만한 창을 제공한다는 관념입니다.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웃고 있는 인상을 가진 사람을 친절하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분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불친절할거라는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일까요?


독일의 두 심리학자 아힘 쉬츠볼과 라이너 라이첸차인은 60명에게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합니다. 기억력 테스트를 한다고 말하고 길고 좁은 복도를 지나 어두운 방에서 암기할 것을 듣습니다. 그리고 다시 복도로 걸어갑니다. 하지만 복도는 사실 칸막이었고, 이미 복도는 방으로 만들어져있습니다.


그 방안에는 실험자의 가장 친한 친구가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있습니다. 좁디 좁은 복도를 다시 지날 것으로 예상한 실험자는 갑자기 나타난 방, 그리고 공포 영화의 등장인물처럼 앉아있는 친구를 만난다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요? 당연히 놀라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험자들의 표정은 어떤 표정일까요? 그들은 놀랐다는 것을 점수로 매겼을 때 10점 만점에 평균 8점 이상을 줬지만 실제 표정에서 놀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표정을 지은 사람은 약 5%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17%는 무표정, 약간 놀란 표정, 찌푸린 얼굴 등의 표정이 드러났습니다.


글래드웰은 이를 “투명성의 신화”라고 말합니다. 이는 우리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표정 연기와, 소설에서 읽은 관념들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 우리의 감정과 표정이 일치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나아가 행동이나 몸짓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내면과 겉모습이 일치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타인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얼굴 표정을 보고 판단합니다. 표정과 행동, 몸짓들을 보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난 그 사람의 모든 것이 그 사람의 내면일 것이라 판단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될 경우 우리는 오류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3. 다시 처음으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엔시니아와 블랜드의 사건. 먼저 한 가지를 더 짚고 가야합니다. 범죄심리학자 셔먼은 캔자스시티에서의 144구역, 즉 범죄 우범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여 범죄율을 줄이는데 큰 효과를 보았습니다. 여기서의 순찰 강화는 진실 기본 값으로 생각하자면 조사를 받는 시민이 “진실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갖고 경찰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질문을 하고, 이상한 점에 대해 추궁하고, 소지품을 검사하는 등등. 이러한 시도가 총기범죄를 절반으로 줄여주는 성공을 보여주었고, 이 성공은 곧 미국전역으로 퍼져갔습니다. 단 한 가지 전제를 잊은 체 말입니다.


그 전제는 범죄는 일정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범죄 집중 법칙(Law of Crime Concentration)이라고 합니다. 즉 우범지역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캔자스시티에서의 순찰강화의 시도는 144구역과 같은 우범지역에서만 시도해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외의 우범지역이 아닌 곳, 일반지역에서는 이 순찰강화 방법을 시도하는 것은 발생하지 않을 문제들을 발생시키기 좋은 것입니다. 바로 블랜드의 사건처럼 말이죠.


엔시니아가 블랜드를 조사한 지역은 어떤 곳이었을까요? 평화로운 시골길이었으며 범죄와는 거리가 먼 지역이었습니다. 사건이 터지기 전 가장 질이 안 좋은 범죄 사건은 음주운전 2건이 전부였습니다. 총기사고와 같은 강력범죄는 없었습니다.

엔시니아가 블랜드를 멈춰세웠던 곳은 평화로운 시골길이었으며 절대 우범지역이 아니었다.

블랜드는 평범한 시민이었고, 범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몇 년 전에 졸업한 대학에 취직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가던 중 그 사건을 겪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그 사건을 겪기 전 비슷한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도 하는 유튜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차례 교통 위반 딱지를 끊은 경험이 있고, 이를 아직 다 정산하지 못한 블랜드는 또 딱지를 끊을까봐 화가나 엔시니아에게 불평을 했습니다. 그리고 담배를 피웁니다. 하지만 블랜드의 태도에 엔시니아는 자신의 훈련매뉴얼을 떠올립니다.


미국의 경찰관들은 훈련 시 투명성 개념에 근거한 리드 기법을 배웁니다. 이 기법은 사람의 태도에 따라 무죄와 유죄를 판단하는 길잡이로 삼으라는 기법입니다. 엔시니아가 보기에 블랜드의 태도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범죄자의 특징과 들어맞았습니다. 흥분하고, 동요하며, 성미가 급하고 대결적이며 변덕스러웠습니다.


결국 이러한 잘못된 판단과 생각으로 엔시니아는 블랜드를 강경하게 대했으며, 그녀는 수치심과 모멸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4. 마무리하며


타인을 대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낯선 이들을 만날 때는 여러 가지 단서들을 두고 그들을 판단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단서들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글래드웰은 말합니다.


결국 명확한 해결책을 글래드웰이 제시하진 않습니다. 단지, 우리가 다른 이를 판단할 때는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려주며, 다른 사람의 이해 못할 행동과 태도에도 이유가 있음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타인을 향한 고정관념을 절대적으로 믿지 말라고 이 책은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리뷰를 마칩니다. 영상을 재밌게 보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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