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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리남 Dec 08. 2020

여행 중 겪었던 최악의 대화와 최고의 대화

[말의 결] 리뷰

https://youtu.be/SqeN1YYpPcY


*영상으로 보시면 더 이해하기 좋습니다. 영상 봐주신다면 좋아요와 구독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계속 책을 리뷰할 수 있는 큰 힘이 됩니다!*


매우 지치고 힘들고 피곤한 상태. 그 상태에서 저는 각각 다른 장소와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지친 상태에 있는 저와 쉼 없이 대화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과의 대화는 제 인생 가장 끔찍한 대화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두 번 째 대화는 제가 여러 자리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준 적 있는 재미있는 대화였습니다.


저는 대학시절, 휴학을 하고 전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땅 끝 마을 해남에서부터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오로지 걷는 여행이었습니다. 앞서 말 한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여행 초반, 하루 숙소로 정한 찜질방에서 만났습니다. 다음 날 걸어갈 곳의 루트를 정하기 위해 지도를 보고 있었는데 그 지도를 보고 말을 걸어온 중년의 남성분이었습니다.

대학시절의 전국도보여행. 땅끝마을 해남 -> 고성 통일전망대


“이햐 왠 지도야?” 저는 전국여행 중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대꾸도 안하더니 지도를 빤히 보았습니다. 그러더니 “그렇지, 여기가 좋지” 이러시더군요. 뭔 소리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사실 내가 여기사는 건 아니고, 땅 보러 내려온 건데, 숙소 잡고 생활하려니까 돈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 그래서 찜질방 사장님께 말씀드리고, 좀 싸게 결제하고 자리 잡은 거거든, 땅 보러만 다니니깐 너무 심심하고 그렇더라고. 근데 어제 그 프로그램 혹시 봤나? 이햐, 나 그거 보고 울었다니까. 진짜 어떻게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지, 캬하 내가 눈물이 다 나더라고...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30분. 저는 그 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힘조차 없어질 때 쯤, 그 분은 씻으러 간다고 드디어 일어섰습니다.


이야기를 끊을 새도 없었고, 폭포처럼 쏟아내는 그 말이 귓가에 엥엥 울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그분을 마주쳤지만 혹시나 말을 걸까 무서워 못 본 척하고 찜질방을 급하게 나왔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여행 마지막 전 날 만난 분입니다. 제가 여행을 마무리하기 전, 저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보상해주고 싶은 마음에 치킨 한 마리를 사러갔다 만난 치킨집 사장님이었습니다. 저의 행색을 보시고 여행 다니고 있음을 알아차리신 사장님은 “여행 중이에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그래서 그렇다고 답해드리고, 사장님은 하나하나 차근차근 물어보셨습니다.


어디서부터 여행을 시작했는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왜 걸어서 여행을 하게 되었는지 등등. 친근하게 저를 “삼촌”이라 부르시며 대화를 이어갔고, 그러다가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예전에 한 삼촌이 비 다 맞고 있으면서, 가게 앞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일단은 들어오라고 했지. 얘기를 들어보니깐, 전국도보여행중이래. 취업하기 전에 자기 자신의 삶에 치열함이 없는 것 같아서 하게 됐다나? 그런데, 이 삼촌은 어떻게 여행 했냐하면, 서해, 남해, 동해 이렇게 크게 돌아서 전국 여행을 했데. 돈은 딱 집에 갈 차비만 가져오고. 그래서 시골 마을만 골라 다니면서, 그 마을 이장님 찾아뵙고 하루 일 할테니 잘 곳과 먹을 것만 제공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그렇게 통 사정을 했다네. 그러고 3개월은 다닌 거야. 대단하지 않아?”


저는 그저 전국횡단도보여행이었기에 진심 감탄을 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힘들까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너무 대단하다고 맞장구치니 사장님이 이야기를 이어가셨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여행지가 그 삼촌도 통일전망대인데, 여기 마을에서 묵고 갈 생각이었던거지. 근데 그날따라 비가 너무 많이 오는 거야. 다행히 잘 곳은 구했는데, 비가 오니깐 일거리를 못 구하고, 밥을 못 먹어서 배고파하고 있었다네. 근데 마침 우리가게 앞을 지나간 거래. 근데 너무 치킨 냄새가 진동해서 순간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데.”


그래서 어떻게 하셨냐고 여쭤보자 “그 얘기를 듣고 어떻게 그냥 보내. 내가 한 마리 튀겨줬지. 그래서 나중에 성공하고 취업 잘 되고 그러면 놀러 와서 치킨이나 많이 사주라고 그렇게 했지.”


그런 사장님의 인성에 감탄하면서도, 그리고 그렇게 여행을 성공한 그 삼촌은 어떤 사람일까도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장님은 “아이고 삼촌도 고생하긴 했는데, 그 삼촌보다는 아니네. 다음에 혹시 또 여행 할 계획 있으면 그렇게 한 번 해봐요”하고 웃으셨습니다. 그 말씀에 저는 “그럼 그땐 저도 치킨 한 마리?”라고 말씀드리니까 깔깔깔 웃으시면서 “그래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때마침 다 튀겨진 치킨을 받아들고 숙소로 돌아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대화를 했습니다. 또 사장님이 해주신 그 이야기에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있다고 자축하고 있던 나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좀 더 도전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자책도 들면서 새로운 자극과 열정이 마음속에서 올라왔습니다.


찜질방 중년 남성분과 치킨집 사장님. 두 사람과의 대화시간은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한 대화는 정말 지독한 대화 중 하나로 기억에 남았고, 한 대화는 너무나도 좋은 기억을 남겨주었습니다. 이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1. 말의 결


돌과 나무를 구성하는 굳고 무른 성분들이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외면 상태를 “결”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말에도 “결”이 있습니다. 이 말의 결은 생각의 깊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말이라는 것이 한 편으로는 상대의 가슴을 찌르기도 하고, 매끄럽고 부드럽게 마음을 어루어 만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가진 각자의 생각은 말로 모두 표현되는 것 같아도 그렇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하게하며 울리게 하는 말의 질감은 말의 습관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말의 습관 안에는 제스쳐나 말투, 억양, 표정 등등이 담겨있습니다.


실제로 사람을 처음 만날 때 말하는 내용은 7%, 목소리(억양, 말의 높낮이, 빠르기, 크기)는 38%, 시각적 요소(몸동작, 시선, 걸음걸이, 외모, 의상)는 55퍼센트로 첫 인상이 결정 된다고 합니다. 이를 메라이언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즉 이 법칙에 따르면 첫 인상을 정하고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비언어적인 요소가 93%나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말의 습관은 말 뿐만 아니라 비언어적인 것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곧, 말 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말의 결]은 말도 하나의 습관이며, 말의 감각에 따라 말의 질감과 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말을 잘하는 것은 단순히 언변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목적에 맞게 적절한 말을 건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칭찬이 비아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잘 들어주기만 해도 되는 것인데 말을 쓸데없이 해서 상처를 주는 경우도 생기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앞서 이야기했던 찜질방의 그 중년 남성분과, 치킨집 사장님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두 사람의 말의 감각, 말의 결이 달랐기에 저에게 각각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주었던 것입니다.


그 중년 남성분은 말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할 줄은 알았지만 듣는 이를 향한 배려가 없었습니다. 여행 중이기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던 저에게 와 닿지 않는 이야기들을 쏟아내기만 했습니다. 거기에 제가 끼어 들 틈도 없었으며, 게다가 맥락도 없었습니다.


이 책의 54페이지에서부터 59페이지에는 [횡설수설하지 않는 생각정리법]이라는 소제목의 챕터가 있습니다. 말에도 마침표가 필요하며, 40초 이상 늘어놓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 있는데 진심 그 중년의 남성분께 읽어드리고 싶었습니다.


반면, 치킨집 사장님은 제가 여행 중이라는 것을 캐치하시고 그에 대한 질문들로 대화를 시작하셨습니다. 또 중간 중간 이야기의 흐름에 맞게 질문을 하거나, 제가 이야기에 들어갈 틈을 열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치킨 튀겨질 때 까지 기다려야하는 저의 상황에서 제가 흥미가 갈만한 소재를 꺼내 이야기를 했다는 점 등, 이야기를 듣는 저에 대한 배려가 녹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 [말의 결]의 내용은?


처음 이 책의 겉표지를 보면서 [언어의 온도]와 비슷한 책인가 싶었습니다만, 다 읽고 나니 다른 결을 지닌 책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자는 스피치 강사입니다. 그렇기에 상당히 적용해 볼 법 한 실용적인 팁들과 예시로 책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크게 3장으로 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왜 말실수를 하는지에 대한 이해, 2장은 갈등을 일으키는 말실수의 사례와 대처 방법, 3장은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호감가는 매력적인 말습관입니다. 그저 단기간에 말 습관을 바꾸고 싶은 이들은 3번째 장부터 읽어도 된다고 저자는 권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세 가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첫째, 말실수만 줄여도 획기적인 이미지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 둘째, 말하는 방식을 바꾸면 소통의 오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 셋째, 끼어들기, 말 돌리기, 꼬투리 잡기 등과 같은 나쁜 말 습관을 바꾸면 인간관계가 훨씬 부드러워진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먼저는 저의 말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뭔가 습관적으로 부정부사 안(아니)을 붙이는 예시가 책에 나오는데 저도 그런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말투를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죠.


또 지인 중 늘 가르치려는 말투를 지닌 사람이 있는데, 이를 다룬 내용이 완전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사람이 제발 이 내용을 읽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물론, 그 지인이 이 내용을 본다 해도 자기라고 생각할지는 미지수겠지만요.


연관지어 생각해보자면 결국, 내 말의 습관, 말의 결을 점검해보고 고쳐보고자 하는 분들께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말의 중요성을 아시는 분들, 이미 자기의 말 습관을 잘 다듬고 계신분들도 한번 점검차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살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입니다. 그 관계를 좋게 만들어 가고자 한다면 말 습관을 다듬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추천드리며 영상이 유익하셨다면 좋아요와 구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본인의 말 습관에 대한 내용이나,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분들, 댓글 달아주세요! 저는 책을 리뷰하는 남자 책리남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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