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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Feb 06. 2023

『시들어 버리는 것까지 꽃이라고』 황지현 인터뷰 (下)

좋은 글을 쓰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나는 나를 잃을 것 같았지만 완전히 잃은 적은 없었다."

일상 속 깊은 사유를 사랑하며 성실하게 기록해 온 작가, 황지현의 언어를 만나 보자.




Q8. 프롤로그에 쓰시길 ‘시간이 흘러가는 이 세상 자체가 고통으로 여겨질 때가 있었다’고 하셨는데, 그때와 지금의 마음은 어떻게 다르신가요?


A8. 사람은 하는 일에 있어서 힘에 부칠 때 그만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유지하던 인간관계에 있어서 맞지 않는다고 느낄 땐 그 관계를 놓을 수도 있지만, 삶이 흘러가는 것만큼은 그만할 수도 놓을 수도 없기에, 쉬고 싶다는 의사와 상관없이 지속되는 시간이 고통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흐르는 시간을 가끔은 멈추고 싶었는데 현재는 그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였어요. 흐르는 냇물을 손으로 쥐어 보려던 행동에서, 이젠 그 물줄기를 타고 함께 흘러가는 방향으로 바꾼 거죠. 시간에 몸을 맡기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Q9. ‘누군가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에필로그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작가님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나요?


A9. 사실 누군가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저는 좋은 사람까진 바라진 않지만 피해 주는 사람은 되지 말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내가 아닌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 보는 세상이라면 서로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좋은 기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나쁜 기억이 없는 것 또한 하나의 행복이기도 할 테니까요.    


 

Q10. 제목뿐만 아니라 수록된 글에서 꽃을 여러 번 언급하셨습니다. 꽃을 좋아하시나요? 꽃과 관련된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10. 제가 살아가는 방향성에 있어 자연을 통해 배운 점이 많았어요.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 글 속에서도 비유를 자주 드는 편입니다. 이 지구에 사람만 살아가는 게 아니기에, 사람의 시선에서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싶지 않았어요. 저 꽃은, 저 나무는, 또 저 새는 각자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들에게서 그 지혜를 얻고 싶었습니다. 말은 못 하지만 저는 그것들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Q11.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A11. 좋은 글을 쓰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좋다’라는 형용사가 내포하는 의미가 주관적이고 다양한 만큼, 누구에게나 아울러 ‘좋은 글’로 느껴지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으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Q12. 2023년이 되며 새롭게 다짐하신 게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12. 사실 저는 새해가 밝아도 여느 날의 아침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해이기 때문에 하는 다짐이 아닌, 언제나 마음속으로 한결같은 다짐을 새기며 살아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용기를 잃지 말고 세월이 흘러도 내가 가고 싶은 길을 향해 새로이 걸어가자고.    


      

Q13. <시들어 버리는 것까지 꽃이라고>는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A13. 새로운 모습은 언제나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죠. 우리는 모두 각자 한 송이의 꽃으로서 누구나 피고 지어감을 겪습니다. 비단 새싹이 가진 젊음만이 최고의 아름다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피어나는 아름다움과 저무는 아름다움은 각각 다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죠. 우리는 세월에 따라 변하는 다른 모습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받아들이고, 다시 새롭게 사랑하는 데에 이 책이 도움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당신의 어떤 모습이든, 그게 시들어가는 모습일지라도 그 또한 꽃 한 송이의 일부로서 소중하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사랑할 자신이 부족하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Q14. 마지막으로, 신간을 통해 만나 보실 독자분들에게 다정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A14.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글이라는 매개체로 서로를 알아간다는 건 참 낭만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때는 말보다 글이 낭만과 진심을 전하기에 더 좋기도 합니다. 아마도 오늘인 것 같네요. 저는 말을 할 때보다 글을 쓸 때 단어 하나하나에 더욱 신경을 쓰곤 합니다. 시각은 흔적이 더 오래 남기 때문이죠. 그렇게 한 글자 한 글자에 담은 진심이 모여 이 책이 만들어졌습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마음이 글로써 누군가에게 와닿는다는 건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의 진심은 언제나 이 안에 담겨 있으니, 살아가다 당신을 향한 누군가의 진심 어린 마음이 필요할 때면 제 글을 찾아 주시길 바랍니다. 경이로운 일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찰나의 아름다움을 지닌 우리의 삶을 더욱 열망하자."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아름답게 시들기 위해 더욱 열렬하게 만개하는 꽃이 되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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