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흔들리더라도 넘어지지 말고
넘어지더라도 주저앉지 말고"
세상에서 가장 애틋한 존재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감미로운 글을 쓰는 작가, 김동근의 언어를 만나 보자.
Q1. 김동근 작가님 안녕하세요. 첫 에세이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 책을 통해 작가님을 처음 만나실 분들에게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A1. 안녕하세요. 부크럼 출판사에서 첫 에세이를 출간하게 된 김동근 작가라고 합니다.
Q2. 첫 에세이 출간 소감이 궁금합니다. 원고 집필부터 지금까지 어떤 마음으로 책을 준비하셨나요?
A2. 첫 출간이라 그런지 많이 떨리고 설렙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서점에 제가 쓴 책이 진열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얼떨떨하고 와닿지가 않네요. 집필에 들어갔을 땐 제 생각과 감성을 어떻게 하면 책에 더 잘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제 책을 읽어보신 독자님들은 아시겠지만 책에 쓰인 글들이 대부분 장문이라기 보다는 짧은 글에 가까운데 그럴수록 조사 하나까지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었고 어떤 글은 많은 의미를 내포해야 했기 때문에 시계를 만드는 장인처럼 몇 줄 안되는글에도 많은 시간을 쏟았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처럼 책 읽을 시간조차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아포리즘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처럼 경제적이고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짧은 수필이라는 생각이 들어 되도록 짧은 글 위주로 구성하였습니다.
Q3. 제목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적당히 아파하고 슬퍼한 후에는 어떤 날들이 찾아오길 바라며 이 문장을 쓰셨나요?
A3. 굳이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살면서 아플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죠. 물론 겪지 않아도 좋은 일도 있겠지만 봄이 사계절 내내 머무르지 않듯이 우리는 때가 되면 누군가와 이별을 해야 하고 내가 의도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삶이 마냥 흘러가기도 합니다. 혹은 열정이 너무 지나쳐서 마음에 깊은 구멍이 생기는 일도 있고요. 예전에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제가 무척 힘들어 했던 기억이 있는데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 사장님께서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야. 요즘 같은 세상에 사고나 사건으로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이렇게 예쁜 손주가 성인되는 모습까지 보면서 살 만큼 살다가 돌아가신 건데. 내 나이 땐 그런 게 가장 부러워.” 당시로써는 슬픔이 큰 나머지 그 말씀이 잘 와닿지가 않았는데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생각해 보니 슬픈 건 어쩔 수 없지만 되도록 조금만 아파하고 조금만 슬퍼하길 바란다는 의미로 위로의 말씀을 주신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니 위로만 건네주신 게 아니라 좋은 제목이 나올 수 있도록 영감까지 주셨었네요. 아무튼 삶에는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세상엔 어쩔 수 없는 필연이라는 게 있을 겁니다. 그 사이 안타까운 우연들이 불순물처럼 희석되는 일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와 독자님들이 잊지 않았으면 하는 건, 우리가 생을 영위하는 한, 시간이 조금 더디게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티없이 맑고 투명한 하늘에 포문처럼 울려 퍼지는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처럼 우리들에게도 그런 파르스름한 시간들이 봄처럼 다가오게 될 거라는 점입니다. 어둠의 장막 같은 시간들을 함께 견디며 독자님들께 그런 하늘을 보여드리고 싶어 이 책을 썼습니다.
Q4. SNS의 독자분들께서 작가님의 책을 무척 기다리신 거 같아요. 처음 SNS에 글을 올리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4. 원래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자기 위로적 성격이 강하잖아요. 오래 전부터 습작을 해온 터라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느꼈지만 어느 날부턴가 많은 사람들에게 제 글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보여주기엔 용기가 부족했고 대신 익명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에 하나둘씩 글을 올리게 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Q5. 작가님 글은 정말 다채로워요. 사투리 억양이 강하신 어머니나 어느 술도가의 입을 빌려 솔직한 구어체로 쓰신 글도 있고, 사랑이 듬뿍 담긴 달콤한 문장도 있고, 아주 철학적인 메시지도 있고요. 어떤 결의 글이 가장 작가님다운 글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5. 개인적으로는 봄을 너무 좋아해서 봄과 관련된 글을 즐겨 쓰는 편이지만 무언가를 사색하며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내면의 목소리를 그려내는 것이 제 결에 가장 잘 맞는 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사연 없이 흐르는 바다가 어디 있겠어요’ [69P]나 태막처럼 둘러싸인 검은 바다를 바라보며 썼던 ‘밤바다’ [91페이지]와 같은 글을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내면의 인간상 만큼 진실된 것은 없고(물론, 왜곡이 있을 수 있겠지만) 평소에도 제가 추구했던 바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Q6. 여러 결의 글을 쓰시는 만큼, 글의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집필 루틴이 있으신가요?
A6. 영감의 출처는 그때그때 달라서 뭐라고 딱 잘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평소에도 사색을 많이 하는 편이라 주로 사람들과 대화했던 기억을 떠올린다거나 눈에 맺히는 풍경에 따라 달라지는 기분과 감성에서 주로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늦은 밤이나 한적한 새벽 밤에 글을 쓰는 편입니다.
Q7. 책에 실린 글 중에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글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 편 소개해 주세요.
A7. ‘염원’ [46P]
내가 아직
딩신이 떠난 빈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당신이 뱉어 놓은 말씨가
꽃피는 모습 보려고.
꽃대 밀어올리는 모습 보려고.
그러고 나면 당신도
어디선가 꽃피울까 봐.
꽃물처럼 물들 수 있을까봐.
책에 실린 것 중 애정이 가지 않는 글은 없지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문득 이 글이 떠올라 가슴 언저리가 시큼거리는 것을 보니 저는 아직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나 봅니다. 글의 분위기가 조금 다르지만 독자 여러분도 어디선가 꽃피우며 꽃물처럼 물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싣습니다.
김동근 작가님의 이어지는 인터뷰는 2023년 2월 20일 월요일 18:00에 부크럼 브런치에서 만나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