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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굿즈를 좋아하세요?

가챠샵에서 발견한 보물들

by 부크럼


캐릭터 굿즈를 좋아하세요?



어쩌면 뜬금없는 물음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캐릭터가 좋다고 해도… 굿즈 같은 걸 굳이 모으는 편은 아니었다.


애초에 집에 고양이가 있다. 집에 고양이가 있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굿즈를 모아 전시하면 고양이가 전부 망가트려서 결국은 버리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크릴 굿즈에 빠져버렸다.


그 덕에 사무실 책상은 점점 캐릭터로 도배되고 있다. 어쩐지 가운을 선물 받았다고 서재 전체의 가구와 인테리어를 바꿔버린 이야기(디드로 효과)가 생각나지만, 이야기와는 다르게 나름대로 만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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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책상 인테리어 비교 사진 (전/후)


사건의 발단은 회사 사무실 이전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 사무실은 3월에 이사했으니 벌써 4개월이나 지난 이야기다. 예전에 머무르던 사무실은 조금 아담한 곳이었다. 이사한 사무실은 여전히 같은 지역의 같은 동네지만, 공간이 좀 더 넓어졌다.


고작 세 블록 옮겼을 뿐인데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선 주변 건물이 달라졌다. 멀어서 자주 못 갔던 식당과는 가까워지고 매일 처음 보는 식당과 처음 보는 메뉴에 도전한다. 활동 반경이 달라지자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출퇴근길이 바뀌었다. 전에 다니던 역에서는 세 블록 멀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역을 통해 출근하게 되었다. 익숙한 길로 다니는 걸 좋아했지만, 2년간 같은 풍경이 매일 반복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질렸던 모양이다. 새로운 출근 루트가 신선하고 재밌었다.


하지만 달라진 것 중에서 사무실 동료들이 가장 열광했던 건 바로 회사 건물 앞의 가챠샵(랜덤 캡슐토이 가게)일 거다.


평소에는 들고 다니지도 않던 지폐를 들고 가게에 방문한다.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고 또 그 동전을 뽑기 기계에 넣어 도르륵, 돌린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들어있는 캡슐토이가 랜덤으로 떨어진다.


그냥 굿즈샵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지 못했을 거로 생각한다. 아무래도 그 랜덤 뽑기에서 나오는 희열과 원하던 걸 손에 넣었을 때의 짜릿함이 주는 즐거움이 있지 않은가.



이건 알고 보니 정품이 아니었다…. 이후로는 다른 정품 굿즈를 사고 있다.


사실 이 캐릭터들은 굳이 찾아보지도 않고 별생각도 없는 녀석들이었다. 그냥 뽑은 김에 집게로 모니터를 집어두고, 키링을 벽에 걸어두었을 뿐인데…… 어라? 이거 꽤 힐링이 된다.


그동안 사람들이 왜들 그렇게 캐릭터 굿즈에 열광했는지 드디어 알 수 있었다. 굿즈를 먼저 사고 나니, 점차 애정이 생겨 단행본까지 사게 됐다.


피규어도 뽑아봤지만, 반짝이는 재질의 집게와 홀로그램 키링이 더 마음에 든다. 게다가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서 청소할 때 좋다. 취향이 미묘하게 확고해지는 순간이다.



이건 정품 라이센스를 가진 CU 아크릴 스탠드. 저작권 표시(ⓒn/cc)가 되어있다.


고작 이천 원부터 시작해서 삼, 사천 원까지 가격은 다양하다. 적은 돈으로 즐길 수 있는 그 즐거움 덕에 가챠샵을 찾게 됐던 거 같다.


사무실 이전 직후 부크럼 식구들은 점심 먹은 뒤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이 한 번씩 가챠샵을 구경하곤 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 월급은 다 저 가게로 흘러간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요즘엔 날도 덥고, 다들 원하는 장난감을 뽑을 만큼 뽑은 탓에 인기가 한풀 꺾여 시들해진 참이다. 날이 선선해지면 가까운 역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더 큰 규모의 가챠샵을 들러보려고 한다.





금세 중독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난 도박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

written by designer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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