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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May 12. 2023

웹소설을 좋아하세요?

어쩌면 엄청나게 귀한, 웹소설의 가치


<구르미 그린 달빛>, <김비서가 왜 그럴까>, <사내맞선>, <시맨틱 에러>, <재벌집 막내아들> ...

누구나 이름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만한 유명한 드라마들이다. 위에 나열된 드라마의 공통점은 대체 뭘까?


정답은 바로, 이 드라마들 모두가 웹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이다.     



‘web + 小說’



웹소설이란 쉽게 말해 인터넷을 통해 연재하는 소설이다.


갑자기 왜 웹소설을 주제로 글을 쓰냐면... 나도 웹소설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쑥스러우니까 어떤 제목인지는 절대 안 밝힐 거다.


쓰게 된 이유를 묻는다면, 우연한 계기로 써보니 생각보다 재밌었다는 점이다. 일반 출판사와 달리 웹소설 출판사는 보통 매니지먼트 형식에 가깝다고도 하니, 딱히 직업적인 연관성도 없다. 게다가 난 편집자가 아니라 디자이너기도 하고.


어쨌든 계속 ‘내가 쓴 소설이 잘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도 요즘 최대 관심사는 웹소설이다.






사실 예전에 내가 웹소설이란 걸 처음 접했을 때의 감상은 고작 ‘엥? 이게 인소랑 뭐가 달라?’였다.


우리는 인소, 그러니까 인터넷 소설이라는 것을 보며 자라온 세대였다. 초, 중학교 친구들이 MP3나 전자사전에 txt 파일을 넣어서 모두가 돌아가며 읽었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그 시절에도 혼자서 ‘유치하게.’ 하며 종이 책을 고집했던 아이였다.


그 아이는 조금 자라서 웹소설을 보며 ‘사람들의 문해력이 이렇게 떨어진다고?’ 하면서 경악했다.


일반적인 소설과 달리 내가 보았던 웹소설은 대사마다 캐릭터 이미지가 동그란 프로필처럼 달라붙은 모습이었기에 당연히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요즘에는 이런 형식은 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격변기를 지나, 이제는 바야흐로 웹소설의 시대다.


지금 내게 웹소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OSMU의 레드 오션’이라고 생각한다.


OSMU란 One Source Multi Use의 약자로서, 하나의 콘텐츠를 가지고 출판뿐만 아니라 웹툰, 드라마, 애니메이션, 음반,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매체로 재사용을 하는 방식을 뜻한다.


글의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요즘 제작되는 드라마들은 대부분 웹소설이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제작자 측에서는 이미 흥행한 소재를 채용하는 것이고, 시청자 측에서는 이미 보장된 재미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흥행 대박 난 웹소설 하나만 있으면 그걸로 웹툰, 애니메이션에 드라마, 영화까지 만든다는 거지? 그러면 작가는 떼돈을 벌겠네!’


아쉽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작가에게도 돌아가는 수익이 있지만, 100% 온전히 받는 것이 아니다. 중간에서 출판사와 유통사가 수수료를 떼어가기 때문이다. 작가로서는 수수료가 아쉬운 것이 사실이겠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그만큼 홍보하지 못할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웹소설 시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에 들어섰다.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그만큼 신입 작가와 유명 작가 간의 수입 격차도 크다. 독자들은 기존에 크게 유행했던 전통적인 전개 방식보다는 좀 더 화끈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원한다. 이에 따라 작가들은 좀 더 참신하고 새로운 소재를 고민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 <화산귀환>, <나 혼자만 레벨업>,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이번 생은 가주가 되겠습니다> ... 제목들만 놓고 봐도 대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지는 유명한 작품들이다.


소재와 장르도 무척이나 다양한데, 요즘은 ‘무협’ 장르가 크게 유행했던 참이다. 내게 ‘무협’이라고는 이모부 세대가 좋아하던 ‘그들만의 세계’였는데... 유행에 따라 젊은 사람들도 웹소설을 많이 읽는 걸 보면 역시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지하철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스마트폰을 보느라 바쁘다. 당연히 종이로 된 책을 읽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스마트폰을 내려다본다. 공부를 위해 강의를 보는 사람도 있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다.


물론 웹툰과 웹소설을 읽는 사람도 심심찮게 보인다. 사실 웹소설을 읽는 사람과 E-book은 크게 구별할 수 없다. 다만 힐끔 보았을 때, 대사가 많고 문단이 짧으면 ‘웹소설이겠거니~’ 하고 다른 곳을 볼 뿐이다.


생각보다 웹소설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본다. 정장을 입은 직장인 남성이 볼 때도 있고, 젊은 여성이 볼 때도 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웹소설에 빠지는 이유가 뭘까? 웹소설을 읽는 시간 동안이나마 괴로운 현실을 벗어나고 즐거운 세상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불쑥, 어쩌면 웹소설이 추구하는 본질은 현실에 대한 위로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너무 멀리 나갔나?






written by designer 유유

Main Photo by Yến Yế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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