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익숙해져야 한다.

by 부크럼



어릴 적 살았던 동네를 들려서 한 바퀴를 빙 – 돌았다 내가 낙서를 했던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던 그 유치한 낙서들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찾으려고 한 것이 미련한 짓이었다

다시 한 바퀴를 돌았다 내 키보다 높았던 담장들은 이제 나와 같거나 낮았다 담장 너머의 세상이 뭐가 그렇게 궁금했을까 결국 아무것도 없는데 놀이터로 향하는 길에는 매미가 울었다 더 이상 설레지 않는 내 마음을 아는지 너 이제는 왜 설레지 않느냐고 내게 힘껏 소리쳤다

녹이 든 시소와 그네와 미끄럼틀은 그토록 위태로웠던 그 장소는 이제 안전하다 흙을 만지며 놀 수 있었던 바닥은 푹신하게 바뀌었고 무지개색을 닮은 기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것들이 부럽지 않았으며 오래 머물기 힘들어 외면하고 나왔다 하늘은 이렇게 푸른데 내 마음은 왜인지 흐리다

바뀐다는 것은 익숙해지기 쉽지 않지만 우리는 익숙해져야 한다 지나갔던 대상이나 장소들을 가끔은 기억 속에서 꺼내 생각하자

어느 날 갑자기 생각하면 우리는 너무 슬퍼질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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