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41년(1908) 12월 26일 오후 2시에 건청궁 해체 공사를 하던 중 건청궁
곤녕합에서 밖으로 이어지는 지하 통로를 발견했습니다.
통로를 살펴보았는데, 여인으로 보이는 유골 두 구가 나왔습니다.
신원을 알 수 없었지만, 이곳에서 1895년에 조
선국 왕비가 살해되었다는 말을 들었기에 모든 것을 극비에 부치고 현장을 그대로 보존했습니다.”
왼쪽에 누운 여인은 평범한 아낙의 복장이었다.
하지만 오른쪽에 누운 여인은 궁녀 복장이었다.
그래서 오른쪽 유골을 보다 세심히 살폈다.
특히 비녀와 반지를 유심히 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왕비임을 입증할 수 있는 요소는 마땅히 찾지 못했다.
더욱 찬찬히 시신을 살펴보다 오른쪽 시신 주변에 있는 아주 작은 호리병이 눈에
띄었다.
호리병 속 내용물은 몇 방울만 먹어도 목숨을 잃는 맹독이었다.
말하자면 그들 두 여인은 통로 속에서 맹독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의미였다.
도대체 그들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을까?
오른쪽에 누운 여인의 옷 안쪽에서 천으로 감싼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비단보자기에 싸인 물건은 뜻밖에도 책이었다.
여인은 죽는 순간까지도 그 책을 품에 품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도대체 무슨 책이기에 죽는 순간에도 이렇듯 소중하게 품고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책을 살폈다.
내가 왕비가 되지 않았다면 어머니가 그렇게 허망하게 돌아가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왕비가 되지 않았다면 오라버니가 그렇게 허무하게 죽는 일도 없었
을 것이다. 내가 왕비가 되지 않았다면……. 모든 것이 내가 왕비가 되어 생긴
일이다. 모두 내 탓이다. 내가 우리 집안을 망쳐놓았어….
편견과 아집 속에 가려진 인물 명성황후를 되살려내다! 명성황후의 삶을 일인칭시점으로 촘촘히 풀어낸
<건청궁 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