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새아빠를 죽였다.
그는 쓰러지면서까지 돼지 같은 소릴 내면서
충혈된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물론 살인은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정확하게
그의 심장에 깨진 소주병을 쑤셔 넣었다.
죽이려고 한 건 아니었다...
몇 분 전, 쓰레기 같은 저 녀석이
임신한 나를 발로 걷어찬 것이다.
가만히 있다가는
배 속의 아이가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죽였다.
녀석이 쓰러지고 곧이어 나도 쓰러졌다.
그리고 내 가랑이 사이에서는
가늘게 피가 흐르고 있었다.
놀라 배를 만져보니 태동이 없었다.
내 아이는 죽었을까.
도움을 청하려 고개를 돌려보니
아무도 무엇도 없었다.
저 '오래된 거울' 빼고는.
아이를 잃은 슬픔과
살인자가 되었다는 공포 때문에
그냥 죽어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순간 눈앞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거울이 파도처럼 일렁거리는 것이었다.
곧바로 이상한 느낌을 들기 시작했다.
거울 속 반대편의 내가 나에게 손짓하는 기분이 들었고,
나 역시 알 수 없는 느낌에 거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난 거울 속 반대편의 세상에 있었다.
놀라운 건 아이의 태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이뿐만이 아니었다.
몇 분 전 내가 죽였던 새아빠 역시 똑같이 서 있었다.
믿기 힘들지만 난 아까의 시간으로 돌아온 것이다.
난...... 그를 또다시 죽여야 하는 걸까?
당신의 삶을 선택할 기회가 한 번 더 생긴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거울 살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