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판정을 받은 내 삶이 달라진 이유.
9년 전, 우울증 판정을 받았다.
모든 게 꼴 보기가 싫었고 불명확했으며 그냥 사는 게 힘들었다.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상담사가 나에게 흰 종이와 펜을 주며 하고 싶은 말을 적어보라고 말했다.
나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적을 수가 없었다.
그때서야 알았다. 나는 종이에 조차 나의 이야기를 쉽게 할 수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결국 어렵게 내 안에서 꺼내놓은 나의 첫 문장은 '나는 불행하다.'였다. 신기하게 이 문장을 적고 나니 눈물이 흘렀다. 나는 불행하다. 속으로 몇 번이나 이 문장을 곱씹었다. 그러자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이 터져 나왔다. 나는 불행하다는 첫 문장 뒤로 많은 글들이 적혔다.
실은 나도 어리광 부리고 싶었고 원망하고 싶었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한숨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고 나도 기대고 싶고 누군가에게 의자하고 싶었다고.
한참을 울며 나의 감정들을 생생히 꺼내놓고 나니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실컷 나의 불행과 원망들을 적고 난 뒤에 마지막으로 적은 문장은 '행복해지고 싶다.' 였다. 속에 있던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꺼내놓으니 다시 행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인생의 첫 문장은 '나는 불행하다'였지만, 그 뒤에 적힌 수많은 문장은 행복해지고 싶다는 삶에 대한 강한 열망이었다. 첫 문장을 적은 뒤로 나는 매일 같이 글을 썼다. 어느새 9년이 지났고 삶은 변했다.
지금의 나는 참 행복하다. 글을 쓰는 건 내 안의 나를 만나게 했고 내 안의 나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이고 1년 뒤의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을지를 글로 적어내며 생생하게 끄집어냈다.
참 신기하게도 그때 적었던 수많은 이야기가 실제로 내게 거의 다 일어났다.
가장 어려운 것은 첫 문장을 시작하는 일이다. 첫 문장을 어떻게 적느냐에 따라 그 뒤에 오는 글의 내용도 필시 달라질테니까. 당신의 첫 문장이 반드시 멋질 필요는 없다. 나의 첫 문장은 불행했지만 지금의 문장은 행복으로 가득하다. 그러니 너무 고민하지 말고 조금은 편히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며 하루를 살길 바란다.
좋지 않은 일이어도 좋다. 슬픈 이야기를 적어도 좋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꺼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