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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May 06. 2022

놀부 심보는 돌아오는 거야!
(feat. 노키즈존)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 기념 헌정 글

5월 5일 어린이날은 대통령 선거 이후 55일 만의 공휴일이었다. 기특하게도 목요일에 안착해준 덕에 금요일인 오늘 출근길이 텅텅 비는 현상이 초래됐다. 팍팍한 4월을 이겨낸 어른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만큼, 어린이를 주제로 글을 쓰고자 한다. 어린이와는 영 관련 없는 삶을 살다 보니 관심을 따로 기울이지 않으면 한국의 육아 환경이 어떻게 조성되어 있는지 잘 모른다. 나처럼 무관심한 사람도 한 번은 들어봤을 뜨거운 감자 '노키즈존'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자. 등장 초기엔 토론의 중심이 되었던 노키즈존이 언젠가부터 각자 원하는 대로 살자며 흐지부지한 결론이 나버린 듯하다. 어린이날 푹 쉰 어른으로서 나대 보자면 이 결론은 완전히 틀렸다.


반박을 하기 위해선 상대의 논리를 파악해야 한다.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이들의 첫 번째 논리는 '부모가 아이 관리를 똑바로 못한다'이다. 인터넷 상에서 진상 부모(대부분 엄마)의 행동을 박제하는 글은 자주 목격된다. 그만큼 진상 부모가 많은 것일 수도 있고, 아이의 행동에 대한 사회의 관용이 사라진 것일 수도 있다. 


특정 개인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집단으로 확대해 낙인을 찍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로 특정 짓기 쉬운 약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다. 20대 여성 진상 손님이 한 명 있다고 해서, 앞으로 오는 20대 여성들이 모두 진상일 확률은 거의 없으며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엄마와 아이가 잘못을 한 경우엔 쉽게 집단으로 확대해 낙인을 찍는다. 인터넷에 박제해 함께 욕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엄마와 아이의 입지는 매우 열악한 게 사실이다.


그들의 두 번째 논리는 '아이들이 위험해질 수 있는 물건이 많다'이다. 이 문장에는 물건이 위험해진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위 주장이 눈살 찌푸려지는 이유는 상대를 위하는 듯 포장하기 때문이다. 위험한 물건이란 값비싼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잘 보고 피해야 되는 물건일 수도 있다. 사실 이런 물건은 아이뿐만 아니라 많은 약자들에게 위험하다. 이 논리대로면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들어 시야가 흐리거나, 조심성이 없는 모든 이들이 출입 금지다. 그런데 왜 노키즈존이라는 팻말만 당당히 걸 수 있는 걸까? 사회적 용인이 무서운 이유다. 특정 집단을 출입 금지라고 못 박는 행위는 명백히 차별적이다. 차별 행위를 용인하기 시작하면 약자부터 불이익을 받기 시작하지만, 그 불이익은 결국 우리에게도 돌아온다.


그들의 세 번째 논리는 '사유지에서 뭘 하든 상관하지 말라'이다. 가장 악질적이고 멍청한 주장이다. 우선 본인이 가게 월세 좀 낸다고 해서 모든 행위에 정당성이 생기는 건 아니다. (전세, 매매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당연히 없다) 우리는 지켜야 할 법이 있고, 사회적 규칙이 있고, 저버려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도덕 규범이 있다. 공간을 임대했다고 몇십 평 남짓한 공간에 왕이 되었다고 착각하지 마라. 만약 위와 같은 권리가 생긴다면, 우리는 매 순간 모든 공간에서 불합리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사회를 꿈꾸는 게 아니라면 생각을 재고해봐야 한다.


나 또한 공공장소에서 소음이 발생하면 불편하고, 규칙을 어기는 자들이 거슬린다. 시끄러운 아이들은 없는 게 편하다. 하지만 없는 게 편한 존재가 과연 어린이뿐일까? 없는 게 편하다는 말이 근거가 되면 그 어떤 차별도 가능해진다.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말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이 존재의 삭제가 되면 안 된다. 차별은 대안이 될 수없다. 약자 혐오는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라는 말이 아니다. 현재의 우리가 도덕규범을 잘 지켜야만 미래에 차별받지 않을 수 있다. 노쇠하고 약해질 나를 위해서라도 약자에 대한 관용이 필요하다.  


어린이는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어디서 배워야 할까? 당연하게도 공공장소에서 배워야 한다.
다른 손님들의 행동을 보고, 잘못된 행동을 제지 당하면서 배워야 한다.
(어린이라는 세계_2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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