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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Apr 29. 2022

품격있는 어른의 대화법

교양 5000원어치만 포장해주세요~!

어렸을 땐 나이를 먹으면 교양 있는 언어 모드로 자동 전환되는 줄 알았다. 큰 오산이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지금도 고상함과는 신당동 떡볶이 타운에서 해운대 해수욕장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내가 알던 어른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건지 점검한 후, 우아한 어른의 대화법에 한 발짝 다가가 보자.


20대 말투 현황 .jpg

아무리 과거와 현재의 체감 나이가 달라졌다지만, 친구들과의 대화를 훑어보면 교양의 ㄱ자도 보이지 않는다. 어찌 된 영문인지 근본적으로 접근해보자. 추측 1, 인터넷 보급량 증가에 따른 자극적인 컨텐츠 과다. 가장 쉽게 추론할 수 있는 건, 컨텐츠의 변화이다. 인터넷 보급률 증가로 인한 컨텐츠 시장 활성화는 경쟁 과열을 낳았다. 과열된 레드오션에서 컨텐츠는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해갔다. 



이목을 끌기 위한 일종의 어그로(스킬 또는 행동 등을 사용해 주의를 끄는 것)가 돈이 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자극은 금방 무뎌지기 때문에 점점 더 강하고 직접적인 도발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도덕, 상식 영역을 침범하고 날 것의 '재미'를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저급한 컨텐츠를 즐기지 않아도 노출되는 걸 완전히 막을 순 없다. 컨텐츠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거대 유기체 형태이기 때문이다. 몸에 편한 자세는 관절에 안 좋은 것처럼, 나쁜 말은 눈과 입에 착착 달라 붙는다.



추측 2, 추측 1의 결과로 나타난 표현의 질적 저하. 우선 글쓰기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오글거린다'라는 말의 출현이 가져온 파급력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오글 금지령으로 인해 감성은 a부터 z까지 뭉뚱그려서 오글거린다는 한 마디로 치환되었고, 입막음 효과는 굉장했다! 글쓴이의 감성이 읽는 이의 감성을 방해해 부담을 주는 글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감성을 한 단어로 죽이는 단어는 없었다. 담백하고 시니컬한 표현만이 답이 되고, 조금이라도 과잉되면 오글거린다고 비난하니, 웹상에서나 일상에서나 감수성 표현이 떨어진 건 당연하다.


추가로 다중적인 뜻을 가진 유행어의 출몰도 어휘력을 떨어트리는 데 한 몫했다. 신조어는 차치하고 '헐'이라는 단어만 봐도 그렇다. 놀라면 놀람의 표현을 하고, 당황하면 당황스러움을 표현해야 하는데 한 단어를 여러 상황에 돌려막기 하다 보니 어휘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추측 3, 개인의 개성 표출. 예절이니 교양이니 하는 건 고리타분한 개념이 되었고, 일률적인 행동 양식을 거부하는 사회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말투에 대해 생각하다 너무 멀리 온 감이 있지만, 올드한 걸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이 없을 리 없다. 


이 글의 시작은 나이 먹어도 헐, 대박, 쩐다 등의 말만 쓸 것 같다는 밈에서부터 출발했다. 다각도의 면밀한 고찰 결과, 언어 습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것 같다. 언어는 원래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며 변화한다. 적당한 재미 추구는 팍팍한 일상의 조그만 숨통이 되어 줄 수 있다. 유행어는 타인을 멸시하거나 상처 주지 않는 선에서 얼마든지 사용 가능한 자유 영역이다. 선을 지킨다는 가정 하에 어휘력이나 표현력은 자기 계발의 영역으로 가져오고 싶다. 


눈살 찌푸려지는 저급함을 경계하고, 적당히 자중하며 재밌게 살았으면 한다. 스트레스 가득한 인생에서 농담까지 빼버리면 팍팍하다 못해 바스러질지도 모른다. 2022년 4월의 내가 교양과 재미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재미 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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