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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럼 May 20. 2022

피어싱과 스트레스 해소의 상관관계

스트레스 해소 시리즈 #1

현재 내 귀에 뚫린 바람구멍은 총 여덟 개. 흉터만 남기고 사라진 구멍까지 합하면 열한 개. 마스크 쓰고, 안경 쓰고, 이어폰 끼고, 피어싱까지 주렁주렁 달아 놓은 귀를 보면 불쌍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어쩌다 귀는 제 역할 이상을 해내야 하는 신체기관이 된 걸까. 스트레스를 이상한 데에 푸는 주인을 만난 덕에 고생하고 있는 내 귀를 애도하며, 오늘은 피어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귀를 뚫어서 스트레스를 푸는 이들은 많다. 여기에는 대체 어떤 심리가 숨어있는 걸까?


이거 찍으려고 회사에 줄 이어폰 챙겨 온 사람

첫 번째 추측, 미용설.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네일아트를 받는 것과 동일한 맥락으로 액세서리를 끼울 구멍을 만들고 몸을 치장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꽤나 신빙성 있는 추측이다. 미용 목적으로 피어싱을 하고 싶다면 몇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다. 마음 내킬 때 무작위로 뚫지 말고, 완성본을 상상하고 행동에 옮겨라. 계획 없이 뚫다 보면 혼란해진 디자인을 마주하게 된다.(경험담) 그렇다고 매장에 방문하는 수고가 아까워 한 번에 다 뚫는 미친 짓도 하지 않길 바란다. 한 번에 세 개 이상 시술을 하면 매우 아프고 관리도 어렵다.(경험담) 


귀 뒤로 머리를 넘기는 제스처를 했을 때, 손에 닿는 공간은 싹 덧나는 구간이라고 보면 된다. 예쁘려고 한 피어싱이 덧나면 없느니만 못하다. 덧나지 않는 관리 팁은 깨어있을 때고 잘 때고 건드리지 않는 게 가장 좋다. 산송장처럼 잔다면 크게 문제없지만, 불가능하다면 치질 방석에 귀를 끼우고 자면 된다고 하더라.(경험담 X)


두 번째 추측, 쾌감설. 나는 겁이 많아서 쾌감설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많은 이들이 뚫는 순간이 시원하다는 이유를 꼽는다. 어떻게 그렇게 담력이 좋을 수 있는지, 멋진 기개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늘 '무서운데 어떻게 그렇게 많이 뚫었느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내 대답은 늘 같다. 가오가 육체를 지배하던 시절에 객기였달까?


세 번째 추측, 집중력 분산설. 일종의 현실 도피로, 뚫고 나면 아프기도 하고 예쁘기도 해서 정신이 현생과 멀어진다. 어쩌면 스트레스 해소에 대한 해답일지도 모른다. 어깨가 아픈 걸 잊고 싶다면 허리가 아프면 된다는 농담처럼 말이다. 잊고 싶은 기억이 있을 땐 몸을 피곤하게 만들면 된다. 몸을 굴리는 건 힘들어서 싫다면 귀를 뚫어보는 것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그저 재미로 시작한 글이었는데, 스트레스와 연관해서 생각하다 보니 조금 착잡해졌다.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의 길은 멀고도 험하구나. 건강하고 효과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을 때까지 시리즈를 이어가 보자! 일단 1편 피어싱은 신체 훼손 측면에서 건강도 ★★☆☆☆ 스트레스 해소도 ★★★★☆를 주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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