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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노트 수현 Jul 06. 2022

이게 좋은 현상인지 모르겠어요

이게 좋은 현상인지 모르겠어요.

시간과 체력은 한정되어 있고, 세상에 재미있는 것은 너무 많아요. 

음악 듣기, 책 보기, 그림 그리기, 공연 관람, 영화 보기, 첼로 연주, 요가 등은 원래 재미있었고요. 

나이 먹을수록 재미있는 게 자꾸 늘어나요.     


체력이 워낙 안 좋아서 5월부터는 필라테스를 다니는데요. 아직 남들처럼 기구가 쭉쭉 움직이지 못하고 팔과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지만, 운동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다녀오면 기운이 없어서 좀비가 되어도, 중독성 있어서 자꾸 필라테스 하러 가요. 조금씩 근력이 생기는 게 느껴지고, 말랑말랑했던 다리도 좀 단단해진 것 같아요. ^^      


7월부터는 수영도 배우는데요. 수영 킥판을 끼고 다니는 초짜이지만, 수영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다녀오면 물안경 자국이 판다처럼 생겨서 웃겨도, 수영하는 날이 자꾸 기다려져요. 실은 제가 물을 엄청 무서워해요. 어렸을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했거든요. 그런데, 세상에나! 제가 물속에 얼굴을 넣고 꽤 오래 버틸 수 있더라고요. 몇 개월 후면 인간 물개가 될 것 같아요. 생각보다 수영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     


이 이야기 들으면 깜짝 놀라실 건데요. 몇 개월 전에 친구들과 고스톱을 쳤는데, 고스톱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아직 룰도 잘 모르지만, 화투를 샀어요. ^^ 고스톱은 일종의 심리 게임이기도 하고, 운빨 테스트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나름 고스톱을 잘 치더라고요. 고스톱 꿈나무예요. ^^     

이 이야기 들으면 더 깜짝 놀라실 건데요. 저는 일도 너무 재미있어요. 사운드포럼에 가서도 가끔 이것저것 일 처리를 하면, 어떤 분은 안쓰러워하세요. 사운드포럼에서는 좀 쉬지, 거기까지 가서도 일하냐고요. 그런데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싱글벙글 웃으며 일하고 있어요.      


지난 일요일에는 사운드포럼에서 음악 들으며 모니터교정을 봤어요. 그룹 Mountain의 곡, Neil Zaza의 연주를 엄청 큰 스피커 ‘심포니 No.5’로 들으며 일했는데요, 뿌듯하고 행복했어요. 어찌 음악을 들으며 교정을 보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도 계시는데요. 음악과 좋은 오디오에 대한 예의는 아니지만, 일하다 보면 음악 소리는 안 들려요. 곡이 나오다 끊긴 것도 모르고 그냥 일해요.      

왜 시간이 흐를수록 재미있는 게 늘어날까요? 저만 그런 건가요? 

아, 그렇다고 삶에 애착이 더 생기거나 그런 건 없어요. 당장 오늘 하늘나라로 가도 그다지 아쉽지 않아요. 그냥 재미있는 게 많아질 뿐이에요.^^ 더 나이 먹으면 줄어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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