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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땡 !

마음을 데우는 기계가 있다

by 책피는엄마


‘땡 !’


성격 급한 아들이 기대를 한 움큼 묻힌 목소리로 소리친다.


‘엄마 다됐어!’



전자파를 뿜어 내는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멋없는 저 시커먼 기계.

그 기계 안에서 아들의 마음을 두근두근 뛰게 만드는 일이 일어난다.


딱딱한 고구마가 들어가면 아들 마음을 녹일 만큼

달콤한 고구마로 변신하고

게으른 엄마가 해동을 못 시켜서 꽝꽝 언 고등어가 들어가면

야들야들한 부드러운 생선살로 되살아나고, 내 어깨도 펴진다.

야채를 송송 썰어 넣은 계란 물이 들어가면

고운 연노랑 빛의 폭신한 계란찜으로 태어난다.


고구마 굽는 냄새가 조용히 새어 나올 때

두근두근, 땡 !


생선이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삐져나올 때

두근두근, 땡 !


계란찜이 몽실몽실 부풀어 오를 때

두근두근, 땡 !



생긴 것은 시커멓고 멋이 없지만

그 안에서는 마음을 데우는 작은 기적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차가운 것은 따뜻하게

딱딱한 것은 부드럽게

연약한 것은 단단하게


그리고,

기다림에 지루한 마음은 두근거리게.



'땡'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아들이 소리친다


“엄마 몇 분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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