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핍니다 ♡
나무에 작은 별처럼 매달린 벚꽃 세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바람결에 연분홍 꽃잎들이 쏟아진다.
가장 먼저 꽃봉오리를 보여줬던 하얗고 고상한 목련도 피어났다.
아니, 이미 목련 꽃잎은 바닥에 떨어져 있다.
피자마자 떨어지는 꽃잎.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피어있는 해맑은 꽃들보다 아스팔트 길 위에 짓이겨진 꽃잎이 신경 쓰인다.
차갑고 딱딱한 길 위에 누워 저벅저벅 다가오는 신발 소리를 들으며 떨어진 꽃잎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 상상하지 않으련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보지 못하고 약한 것에 마음을 뺏겨 사서 아파하는 것도 병이다.
아이와 걸어가며 나뭇가지에 핀 예쁜 꽃과 길 위에 짓이겨진 꽃잎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길 위에 짓이겨진 꽃잎이 안타깝다는 단순한 대화였지만, 아이가 살아가면서 양면을 다 보는 눈을 가지기를 바란다.
한쪽에 치우쳐져 자기만의 세계가 전부라는 착각 속에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것과 추악한 것, 강한 것과 약한 것, 존재하는 것과 사라지는 것.
아름다움, 강함, 존재하는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추악함, 연약함, 사라지는 것에서 긍정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극단의 사이에서는 중간을 발견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떨어진 꽃잎이 짓이겨졌지만 내년이면 다시 피어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는 다시 봄이 올 것이고 꽃도 또 필 거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지금은 나무 위에 예쁜 꽃을 그저 만끽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딸, 그것이 꽃과 봄에 대한 예의일 것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