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 사회적경제) x 책
2015년 가을, ‘발전소책방.5’는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열었다는 표현 보다는 쳐들어갔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싶습니다. 7년째 우리네 동네 이웃으로, 사랑방으로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커피발전소 in 교하’의 한 공간을 서재로 만들면서 마치 원래 거기 있었던 마냥 둥지를 틀게 되었으니까요.
커피로 만나 책으로 사랑을 틔운 5명의 동네 친구들은 마담, 덧뺄쌤, 소소, 시시, 이콜이라는 책방지기의 이름으로 지속가능한 덕질을 작당하게 되었습니다. ‘쩜오’가 붙은 책방의 이름처럼 우리는 함께 사는 동네 이웃들에 의해 비로소 완성되어가는 열린 공간이자 프로젝트가 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책을 매개로 우리 동네의 다양한 이웃들의 삶을 재조명, 재발견하고자한 우리의 꿈이 책방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 갇혀버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일종의 우리만의 리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 바로 ‘마을에서 책으로 만나는 사회적경제’ 프로젝트입니다.
책방이니까 책으로 만나자고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꼭 사회적경제를 만나자고 했을까요?
사회적경제의 일반적 정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불평등과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대안’이라 되어있습니다. 이윤의 극대화가 최고의 가치가 되어버린 시장경제를 ‘사람 중심의 경제’로 탈바꿈, 아니 원위치 시키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람 중심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사회적경제의 주된 논의는 법과 제도의 틀 속에서 (사회적/마을/자활) 기업과 (협동/사회적협동) 조합이라는 조직 단위의 지원과 육성이라는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지금의 제한된 틀과 관점만으로 ‘사람 중심의 경제’라는 사회적경제가 사람의, 우리 개개인의 ‘삶의 일상성’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을까? 비경제적인 것,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경제의 사회성’을 온전히 복원할 수 있을까? 이러다가 결국 그 의미를 잃어버린 사회적경제라는 건조한 용어만 창궐하는 앙꼬없는 찐빵이 되는 건 아닐까?
이러한 물음과 마주한 책방지기들은 ‘마을’의 ‘쩜오’ 책방다운 해법 찾기의 여정을 떠나보고자 합니다. 일상의 삶이 있는 마을에서 책과 함께 떠나는 사회적경제와의 만남의 여정. 나 자신과의 만남, 책방지기와의 만남, 마을지기와의 만남, 그리고 이야지기와의 만남을 통해 ‘사람 중심의 경제’라는 그림을 이웃과 함께 완성해 가는 열린 여정.
커피와 책, 그리고 다양한 지기들이 함께 만들어갈 소중한 만남의 여정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