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십니까?

by 양진건



건강하십니까?


친구의 암수술 소식으로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착한 암”이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친구를 위로했습니다. 사실 그 위로는 저를 위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주변을 보면 정말이지 도둑처럼 불쑥 찾아오는 병마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두 번의 큰 수술로 망신창이가 되고나서 남은 것은 불안뿐이었습니다.


시인 김수영이 말하길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병마로 인한 절망은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추사 김정희 역시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병마로 고생을 했습니다.


추사는 “눈병, 다리 병이 한결같은 데다 또 소화불량증까지 더하니 백 천 가지가 맵고 쓰곤 하여 갈수록 더욱 견뎌낼 수 없다.“라고 가족들에게 호소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많은 약을 복용했는데 하루에 “엿 냥의 인삼을 두 사발씩이나 마시며” 버텼습니다.


그래서 남긴 시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처마 밑에서 절뚝절뚝 걸으며 약을 소화시키고 있노라니(蹣跚簷底時行藥)


여기서 행약(行藥)이란 약을 마신 뒤에 약이 내려가라고 는 것을 말합니다. 약 복용과 운동을 병행했던 것입니다. 이런 나름의 노력 덕분에 추사는 유배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당신도 만일 아프시다면 반드시 행약을 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부디 건강하십시오. 그러나 몸만 건강하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정신의 건강이 함께 해야 제대로 일 텐데 그러기에 추사는 “벼루 열 개를 밑창 내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면서”(磨穿十硏禿盡千毫) 70평생 정신의 건강을 가다듬었던 것입니다.


병마든, 죽음이든, 이별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절망”이라는 것을 견뎌내려면 평소 이런 정신의 연마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신의 연마는 의지나 각오로 되질 않습니다.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독서, 글쓰기 등 좋은 습관을 길렀던 유배인들만이 그 고통의 시간을, 고난의 세월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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