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란비

변시지 그림에 양진건 시

by 양진건


오란비



불현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랜 비라서 오란비라고 했죠.

오래 비 내리는 사이

활짝, 꽃치자가 피었습니다.

우산을 펴들었지만

주섬주섬,

흰 꽃 꺾느라 기울인 당신 어깨가

섧게만 젖었고

작은 새는 어디 있는지

울음소리마저 긴 비에 갇힌 동안

가난한 방안 가득

당신은 치자향을 풀어 놓았습니다.

계단 아래서 오래 불러도

내내 대답이 없기에

놀라 방문을 부셨지만

까무룩,

이미 당신은 멀리 있었습니다.

꽃자살이라니요.

하늘이 뚫렸는지 정말

억수장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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