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 그림에 양진건 시
박성내 북쪽
오등교 다리 아래 쪽이 박성내인데
그 북쪽에 엉덕이라는 곳에
사람들을 세워 놓고 차에서 기관총으로 쏘아댔지.
자수하라고 해서 갔더니 잡아다 죽였어.
서른 여덟인 아버지는 육지 출입이 잦던 양반이라
육지로 보내준다기에 자수를 했지만
온 동네가 다 들리도록 총을 쏘아대어
누구든 겁을 먹은 초가을이었지.
총소리가 조용해지자 몰래 가보았는데
시신에 석유를 뿌려 불을 붙여
그래서 옷이 탄 채 벗겨진 시체가 여럿이었어.
그 지옥에서도 총알이 빗겨가기도 해서
“살려 달라, 살려 달라”고 외쳐대고
의사가 있었으면 살아날 사람들이었지만
피가 내를 넘칠 정도였으니
거기 서른 여덟인 아버지도 엎어져 계셨고
100여구의 시체를 그냥 둘 수는 없어서
나이 많은 사람들이 나서더니
시체를 찾아가기 좋게 일렬로 옮겨 놓았지.
그 보다 더 참혹한 풍경이 있으랴.
소문들은 가족들이 울음 감추며 시신을 찾아갔지만
시신 대신 굵은 뼈만 찾아 가는 가족도 있었고
끝내 찾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박성내에 그런 총살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