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원

변시지 그림에 양진건 시

by 양진건

비원


비밀의 정원으로 간다

가을이기에 오늘은 걸어서

꿈인듯 저물어 가는 도시를 가로질러

내 비밀의 정원으로 간다

그 곳엔 붉은듯 외로움만 남았겠지만

거기 푸른듯 그리움도 더러을 것이니

담쟁이 돌담 모퉁이를 돌아오는 저녁이면

몰래 내 눈을 가려주던

그 비밀의 정원을 그대도 기억하겠지

그러나 이제 어디에도 그대는 보이지 않고

그럴때마다 밭은 기침이 나오는 건 어찌할까

끝내 아무도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 정자를 찾아가면

낙엽만 빈 연못에 가득하고

그래서 더 깊이 쓸쓸해지더라도

마음은 둥그런 물둘레같이 편해지기에

마음은 느린 늦잠자리처럼 평온해지기에

오늘도 도시를 가로질러 나는

비밀의 정원으로 간다


비원 / 변시지


<"폭풍의 화가"라 불리는 변시지는 1926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1945년 오사카 미술학교를 졸업, 조선인 최초로 일전(日展)에 입선하였으며, 1948년 일본의 최고 중앙화단인 광풍회의 최고상을 수상하였다. 1957년 한국에 돌아와 서라벌 예술대, 한양대 등에서 가르쳤으며, 1975년에 제주대학교로 옮겨 작품활동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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