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고요한 자유인

변시지 그림에 양진건 시

by 양진건

넓고 고요한 자유인


이 지구에서는 숨이 막힌다.

인력(引力), 이것은

모든 것을 설명하는 말이지만

실제 우리들의 천체는

하늘 중심에 멈춰 있다.

소들은 여전히

반추 동물류 세계에 갇혀 있고

뱀들은 허물을 벗으며

문득, 진화의 완만함에 독을 품지만

권태는 사용하지 않은 힘의 고통인지

우리들의 목소리에는

무언가 절박함이 빠져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술을 마시고, 모종의 괴리를 피하고

혹은 같은 주제를 가지고

불가피 투쟁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것은 개인사 속에서

일종의 환상에 지나지 않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정치적 이단자처럼

거만하지도 않았고

더욱이 미친 것도 아니었지만

우리는 우리가 왜 성급하게 구는지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오로지 인간 세계에

갇혀 있었다.



<"폭풍의 화가"라 불리는 변시지는 1926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1945년 오사카 미술학교를 졸업, 조선인 최초로 일전(日展)에 입선하였으며, 1948년 일본의 최고 중앙화단인 광풍회의 최고상을 수상하였다. 1957년 한국에 돌아와 서라벌 예술대, 한양대 등에서 가르쳤으며, 1975년에 제주대학교로 옮겨 작품활동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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