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덕의 빛] 금강산 유람

by 양진건

금강산 유람

내 듣기로 천하가인 황진이도 금강산을 원했고

끝내 굶으며, 아픈 다리 끌며

그 비경을 다 보고 세상을 떠났다는데

나라님이 내게 소원 하나 말하라 했지만

먹을 거면 먹을 거,

입을 거면 입을 거라고 내 원하는 게 없어

울울창창 한라산 곁에서 자란 탓인지

더욱이 볼만한도 없었지만,

내 한때 기생을 할 때 황진이 정도만 해보자 했었고

그러나 객주 일을 하게 되면서 잊었는데

단 하나의 소원을 말하라 하니

황진이처럼 금강산 유람을 덥석 청했더니

쾌히 나라님도 승낙하여

과연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보게 되는구나

먹던 입에 먹고, 보던 눈에 본다고

한라산을 보았던 눈으로 걷고 걸으며

금강산 굽이굽이마다 제대로 큰 탄성 지르니

비록 황진이처럼 동무하여 유람하던

젊은 남정네는 없지만

나도 기쁘고, 나를 보내준 나라님도 기쁘고

마침내 기쁘고 기쁜 유람이어라


정지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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