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8일
편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엄마를 찾아서’가 마감됐으니 이번 주에는 오지 않을까 했거든요. 만난 적도 없고, 연령대도 다른 사람에게 편지 쓰는 일이 쉽지 않겠다 싶었지만, ‘엄마를 찾아서’ 프로젝트 기획안이 생각나 쓸데없는 걱정은 얼른 내려놓았어요. 행장을 단단히 챙긴 뒷모습 그림에서는 다짐과 고단함이 느껴졌어요. 누군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으니까요. 기획안을 읽다가 나는 어떤 엄마인지, 엄마란 무엇인지도 궁금해졌어요.
저는 엄마 경력 36년 차, 시어머니와 할머니 경험은 없어요. 엄마라는 일은 제 일 중에 가장 어려운 일이에요. 퇴근, 휴가, 정년이 없는 특징도 있지요. 지금은 리스본 글쓰기 클럽에서 글을 쓰고, 연남동에 있는 나디아 아틀리에에서 그림을 그려요. 글은 2년 차, 그림은 4년 차, 책 읽기는 50년 차입니다. 제가 살아온 두툼한 시간이 실감 나지만, 요새도 인생이 힘들 때가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한답니다.
철학책이나 시집을 좋아한다고 해서 <아침의 피아노>(김진명)와 <개를 위한 노래>(메리 올리버)를 읽고 있어서 다행이다 했어요. 구도 읽은 책인가요? 서점님 말씀으로는 <아침의 피아노>는 작년에 서점에서 엄청 많이 팔린 책이라니 읽었을 확률이 높겠네요. 저는, 좋은 책이라는 소문만 듣다가 지난주에야 글쓰기 클럽 숙제 덕분에 읽었어요. 지난 일요일에는 아마 4월 11일인가요, 비가 많이 왔는데 <아침의 피아노>를 읽다가 빗소리를 놓쳤어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내가 읽고 생각하고 확신하고 말했던 그것들이 진실이었음을 증명하는 시간 앞에 지금 나는 서 있다는 그런 생각.”<같은 책 41쪽>에 붙들렸거든요. 엄마 되고 제일 힘든 것은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였어요. 철학자가 말하는 ‘그런 생각’을 평생 실천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는 뜻이었죠. 처음에는 엄마인 저만 고된 줄 알았으나 차츰 자식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았어요.
첫 편지가 좀 무거워졌네요. “제발, 제발, 며칠은 굶은 것 같아.” / 뭐? 리키, 너 저녁 잔뜩 먹었잖아. / “내가? 내 배는 기억을 못 해. 아, 나 굶어 죽을 것 같아, 제발 아침밥 좀 줘, 그럼 당신이 모르는 걸 말해줄게.” / 리키는 순식간에 먹어치웠어. / 내가 말했지. 그래, 나한테 말해줄 게 뭔데? / 리키는 짓궂게 씨익 웃으며 말했어. “우리가 여기 오기 전에, 앤이 벌써 아침밥 줬다는 거.” <개를 위한 노래>
제목은 ‘짓궂은 미소’입니다. 편지에 쓰려고 시집을 펴니 요가 다녀올 때 공원 벚나무 아래 의자에서 읽다가 책 사이에 끼워둔 벚꽃잎이 있네요. 편지 마지막 문장 “오롯이 나를 위한 스물을 보내겠습니다.”에서도 잠깐 멈췄어요. 성년의 날에 사랑하던 공간에서 했다는 구의 다짐에, 저는 우리가 함께할 편지에 기대가 커졌습니다. 앞으로 구에게 배울 것이 많겠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이유는 차차 알려드리고, 오늘은 구의 발걸음을 계속 응원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