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 소설, 다큐멘터리, 심지어 꿈에도 과몰입한다. 그 대상에 이입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되어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장면이 내 안 어딘가에 숨어있던 감정을 건드리면 거기에 휩싸이는 것이다.
한 번은 어떤 남자 배우와 어쩔 수 없는 이별을 앞두고 마지막 데이트를 하는 꿈을 꿨다. 이별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힘껏 누르고 웃는 모습으로 함께 놀이기구를 탔을 때, 행복함과 괴로움이 동시에 밀려오는 기분을 느낀 채로 잠에서 깼다. 보통은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꿈을 잊는데 그때는 며칠이나 그 마음의 여운이 남아 우울했다. 아직도 그 감정을 떠올리면 슬퍼진다.
비극적인 역사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며칠 동안 그 시대에 정신이 팔려 마음 어딘가가 뻥 뚫린 듯하다.
최근에는 한 드라마를 보다가 새벽 내내 울었다. 극 중에서 누군가 자신이 사랑받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장면 때문이었다. 그 생각이 나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자꾸만 떠올랐다. 며칠이 지나도 배우들 사진만 봐도 그 외로운 감정에 휩싸여 울음이 목까지 차올랐다.
과몰입으로 매번 일상까지 힘들어지는데도 이상하게 날 그렇게 집요하게 괴롭힐 작품이나 사람을 찾아다니게 된다. 마음이 헤집어지는 강렬한 느낌이 나를 혼란스럽게 하기도 하고, 중독되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