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우울, 무기력에 익숙해지면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사실은 더 이상 병이 아닌 것이 아닌가. 병은 진작에 나았으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 아닐까. 자기연민에 빠져 우울에 중독되었거나, 건강해지기를 경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의심에도 이유가 있다. 기분이 조금 들뜨거나 안정된 상태가 며칠 이어지면 오히려 불편해진다. 이 기분이 진짜인지, 곧 다시 무너지지 않을지 불안해진다. 정상적인 상태는 마치 내 것이 아닌 기분이다. 무기력과 귀찮음도 구별할 수 없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가만히 누워만 있는 것이 병인지 나태인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책임져주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불안하지도 무기력하지도 않은 상태가 기억나지 않는다. 몸을 일으켜 주어진 일상을 보내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얼만큼의 힘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다시 그런 시간이 올 수 있을 것이란 상상을 하기 어렵다.
그냥 모든 것이 정상화되면 이 불안까지 사라질 것이라는, 믿을 수 없는 믿음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