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by 예솔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내가 인생 책으로 꼽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의 첫 문장이다. 이 문장을 처음 봤을 때, 오랜 시간 꼭꼭 덮어두고 외면했던 치부를 들킨 기분이었다. 내가 평생 저질러온 잘못들과 당시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수치심이 한 번에 몰려왔다.



나는 늘 조금 지나쳤다. 무엇이든 너무 과하지는 않게 조금만 지나쳤다. 욕심, 고집, 용기와 회피, 허영심, 사랑, 중2병, 관심, 좌절 등 정말 모든 것이 그랬다. 그래서 무난한 경험들이 나에겐 모두 어려웠다. 스스로 어렵게 만들었으나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고, 실례와 무례를 범하고, 크고 작은 피해를 입혔다. 남들에 비해 아주 느리게 깨달으며 커온 것 같다.



문득 지난날의 잘못이 떠오를 때가 있다. 하나둘 생각하다 보면 십 년, 이십 년 전에 있었던 일까지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스무 살 때 하루 만에 못 하겠다고 그만뒀던 아르바이트까지도. 그 모든 시간에서의 나는 미안함도 부끄러움도 없이 “내 상황이, 마음이, 상태가 이런데 어떻게 해”라는 자기합리화만으로 정리했다. 그때 느꼈어야 했던 부끄러움과 그걸 몰랐던 부끄러움까지 두 배로 밀려오는 것이다. 그럴 때면 모두를 찾아가 용서를 구하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끝없는 되새김 끝에 깨달은 것은 이 후회가 오직 나에게만 존재한다는 점이다. 내가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일을 기억이나 할까. 이미 잊었을 수도 있고, 애초에 상처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반대로 나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순간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남겼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내가 미래로 떠넘긴 짐들이 평생 내 뒤에 꼬리처럼 따라붙는다. 너무나 무겁고 불편한 이 마음마저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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