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슬픈 소리
어쩌다 한 번씩 잠을 못 자는 날이면 거의 꼬박 새우다시피 하는 것을 알기에
밤이 깊어지기 전부터 마음이 무겁다.
몸은 이미 잠든 듯 힘겨운데, 의식은 아직 초저녁인 듯.
정신이 몸에게 중노동을 가하는 느낌이다.
울고 싶은 심정으로 핸드폰에서 라디오앱을 찾았다.
평소 좋아했던 클래식 채널에 고정했다.
수면 위인지, 우주 어느 구석쯤인지? 정신은 계속 둥둥 떠다닌다.
라디오를 듣는데, 평소 듣던 DJ 목소리가 아니다.
소리 구별이 안 될 만큼 희미한 정신은 아닌데, 영 불편하다.
몸도 힘들어 죽겠는데, DJ조차 멘트마다 잔뜩 힘을 주어 말한다.
다이애나 스토리를 말하는데 당최 공감이 안 된다.
아, 라디오 마저 나를 돕지 않는구나.
왜 하필 오늘 DJ가 바뀌었나...
도저히 거북해서 채널을 바꾸려고 다시 앱을 열었는데,
다른 시청자들도 비슷하게 느꼈다보다.
라디오 어플창에 뭔가 진행이 이상하다는, 비슷한 불편함이 올라온다.
맙소사!
DJ의 정체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 아나운서가 아니라, AI가 진행하는 것이었다!
깨닫게 되는 순간, 충격과 함께 몽롱했던 정신이 확 깨어나면서
이내 슬퍼졌다.
그렇다, 분명 '슬픔'이었다.
AI가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고, 그런 상황을 인정하고, 또 각오도 하지만,
왠지 라디오 진행만큼은 뺏기고 싶지 않은 심정...
어쩌면 사람 DJ도 AI처럼 작가가 써준 대본대로, 그야말로 '기계적으로' 읽었을지 모를 일인데,
진심이 아닌 '연기하듯' 읽었을지도 모를 일인데,
왜 AI DJ는 이렇게도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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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이었던 댓글.
'아 사람이 아니었구나.'
수식어 한 마디 없이 건조하게 내뱉어진 이 외마디에서 나와 같은 슬픔을 느낀다.
사람이, 사람 사는 세상을 그리워하는 그런 날이 곧 닥칠 것만 같다.
"당신은 사람입니까?"라고 먼저 질문을 해야 할까?...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인지,
오늘 오가는 낯선 사람들을 유독 살펴보게 되었다.
희로애락의 진짜 마음과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라 생각하니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특별하고, 귀해 보인다.
사람이 좋다,
사람이 좋다.
사람이 더 좋다.
진짜 사람임을 조금도 의심치 않아도 되는 세상,
이들과 진심 어린 공감과 소통을 나눌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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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