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One thing 이란,
J야,
올 해가 지나고 새로운 해가 코 앞이라 그런가,
여기저기서 새해 각오에 관한 말이 많이 들리지 않니?
에휴,, 엄마는 솔직히 말하면, 이런 얘기가 좀 부담스럽다.
희망차기 보다는 마음이 무겁게 느껴진달까?
이렇게 괜시리 마음이 요동칠라 하면, 엄마는 그림을 그리곤 하는데, 여기 앉아봐봐.
요즘 그리고 있는 그림을 보여줄께, 너도 같이 봐줘 봐.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고 마음대로 진행이 안 되서 부끄러운 그림이기도 하지만 같이 보자는 이유는, 이 그림을 제대로 완성해 보려는 엄마의 생각이 너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야.
이 그림 원본은 누군가 찍은 사진이거든. 정물이 아름답거나 감동 포인트가 있어서 선택한 것은 아니고, 그저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연습할 수 있겠다는 생각때문이었어. 사과, 병, 흰 테이블보, 얇은 접시, 공간감 표현하기 등등...
그런데 그림을 완성해 가면서 보니 정말 '재미'가 없는 거야.
그림 그리는 게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완성되어 가는 엄마 그림이 말이지.
왜 재미가 없는가를 보니 ‘포인트’를 찾을 수가 없었어. 어찌나 밋밋한지...
딱! 먼저 시선이 꽂히는 지점이 없고, 강렬한 한 방도 없으니 시선은 마구 흩어져서 이러갔다, 저리갔다 그림 속을 헤매고 다닐 뿐이고... 감동없이 돌아다니는 눈이 피곤하기만 해.
국인 듯, 찌개인 듯 정체성 모호한 된장찌개 같다고나 할까?
너 그런거 정말 싫어 했잖아...
왼쪽 사과 보이지?
그래서 왼쪽 사과를 더 강조하면서 시선을 잡아보려고 하는 중이야. 그런데 아직은 엄마가 초보라 그런지 주제가 되는 정물에 과감하게 연필질을 하질 못해.
명암을 쎄게 주면 나중에 고치지 못할 까봐 '망칠 때를 대비한 안전지대'를 두려는 생각 때문에 자꾸 주저하면서 약한 연필 선만 반복하게 되거든.
안전지대를 얻는 대신, 개성을 잃게 되는 셈이지.
엄마는 J가 이런 엄마의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면 해...
너가 좋아하는 것에 과감하게 힘을 꽉! 주며 살았으면 해.
실은 이것을 더 하고 싶은데, 이걸 안 하면 왠지 안 될 것 같아서, 일단 이게 급한 것 같으니까 먼저, 혹은 이게 더 쉬워 보이니까 하고 싶은 건 나중에... 그렇게 ‘덜 중요한 것’들을 해 치우며 살다 보면, 결국 너가 하고 싶은 그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은 10% 겨우 남아 있을 뿐이야.
너의 하루가 그 ‘덜 중요한 것’으로 채워지면 엄마의 그림처럼 그렇게 ‘밋밋한 하루’가 되고 만난다.
너의 하루가 밋밋한지, 포인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구?
그래, 그럴수 있을 거야.
그림을 볼 때는 멀리서 봐야 전체적인 모습이 보이거든.
가까이서 보면 자세히 볼 것 같지만 오히려 보이지가 않는단다. 마찬가지야.
그럴땐 이렇게 한 번 해 보렴.
방금 내가 뭐 했더라? 조금 전에 뭐 했지? 하루 종일 뭐 했지?
그렇게만 보지 말고 적어도 이 번 한 주, 이 번 한 달을 쭉 돌이켜 보렴.
캘린더를 펼쳐놓고 학교 입학한 후부터 지난 10개월을 돌이켜 볼 수 있다면 더욱 좋아.
“올 해 한 일들 중에서 제일 내 마음에 감동을 주는 게 뭐지? 가장 크게 느껴지는게 뭐지?”
그림을 보면 가장 먼저 강하게 시선이 꽃히는 그 지점처럼,
딱! 너의 마음 속에 잡히는 그 “한 가지”가 있니?
One thing.
너의 마음 속에 태양처럼 떠오르는, 강하고 뜨거운 그 한 가지를 찾기를 바래.
모든 것을 다 잘하려는 노력도 칭찬받을 만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시선을 잃게 하는 엄마의 그림처럼 너의 삶이 오히려 밋밋해 질 수도 있단다.
진짜 너의 모습을 잃게 될 수도 있거든.
그래서 엄마는 너의 One thing에 더 강렬하게 집중하며 살아도 된다고 말해 주고 싶어.
엄마는 왼쪽 사과를 확 살리기 위해서 공들여 명암을 넣은 오른 쪽 사과 세개에는 더이상 힘을 주지 않을 생각이야. 뒷쪽 물병은 더 이상 손도 대지 않을 거고, 그저 배경 정도로만 보이게 하려고 해.
이렇게 ‘덜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려니 이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더라구.
뭔가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만큼은 망설이고 불안하기 마련이거든.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말이지.
너 또한 비슷한 불안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지금껏 너는 스스로 선택한 것들에 책임감이 강했고, 주변의 기대와 칭찬이 더해졌으니 '사소한 것들'이라 해도 포기에 대한 불안감이 클 것이란 생각도 들어. 엄마가 살아보니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용기지만, 뭔가를 대충, 눈치껏 하거나 포기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더라.
하지만 너의 마음을 꿈틀대게 하는 강하고 뜨거운 한 가지를 발견했다면, 그들을 포기하는 대신 네 삶의 더 큰 감동 포인트를 얻을 수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네 속의 One thing 을 찾고, 그것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누려보렴.
수학, 과학은 잘 했는데, 음악, 미술은 점수가 이게 뭐니?
친한 친구들은 다 참가했다는데, 너는 왜 신청도 안 했니?
이런 다그침으로 너를 몰아가는 엄마는 아닐테니... 네 속의 태양을 뜨겁게 맞이해 보길....
엄마도 오늘 이 밋밋한 소묘에서 감동 포인트를 살려볼 예정이야.
왼쪽 사과에 과감하게 힘을 줘서, 연필질을 더 쎄게! 과감하게!!
주인공으로 생생하게 살아나도록 말이지!
오늘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