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나는 너를 잊고 있었는데...
너의 성실과 열심은 어김이 없고,
그런 너를 보았을 때 나는 좀 부끄러워졌다.
차가운 눈 밭에서 이렇게 꽃망울을 내밀며 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올해 입춘은 유난히도 추웠기 때문이라고 변명해 보지만,
나는 솔직히 봄소식보다는 당장 피부로 느껴지는 한파로 몸과 마음을 여전히 꽁꽁 감싸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시간에도 너는 이렇게 어김없이 너의 시간, 너의 길을 걷고 있었던 거지.
서걱거리는 얼음 눈 사이로 딱 보아도 작고 여린 얼굴을 내밀고 있는 너를 보니,
그래, 나는 반가움보다는 왠지 부끄럽기만 하다.
"최강 한파? 그래서?"라고 묻는 듯하다.
화려한 꽃잎 하나 없는 덩그런 모습을 한없이 바라보게 된다.
그저 '나의 때가 되었기에'라고 말하는 듯, 작은 몸을 밀어 올린 너는 계속해서 나를 부끄럽게 한다.
이렇게 추운 한파를 말갛게 작은 얼굴로 3일을 견뎌내고, 기어이 이렇게 꽃을 피웠다고 한다.
복수초.
눈부시게 맑은 노란색 꽃이구나.
겨울에 피는 꽃은 언제나 감동이다.
봄날 화려하게 무리 지어 쏟아지는 꽃들을 보면 막상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르지만,
겨울에 피는 꽃을 보면 눈 맞춤을 하며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올 한 해도 한파를 뚫고 나온 너의 꽃망울을 잊지 말고 살아야지.
남들 다 피어나는 때에 혼자 꽃 피우지 못해도,
내 존재 따위는 아랑곳없어 보이는 시간에도..
나의 때가 있음을 온몸으로 말해 주는 너를.
오직 너로만 살았던 그 의연한 모습,
그래서 끝내는 기적같이 피어났던 너의 모습을.
참고 기사
"한파 속 봄이 우리 곁으로", 입춘에 노란 꽃망울 터뜨린 `복수초` -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