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곳은 아니어도
네가 보낸 달랑 학교 공지 한 줄.
" University of ........................................................................"
올해 여름 네가 가게 된 국외위탁연수 학교 이름이더구나.
1 지망, 2 지망, 3 지망 학교를 그렇게도 골똘히 고민하며 신청을 했건만,
1순위로 적어낸 학교에는 못 가게 된 거지.
한 마디 다른 말도, 눈물 이모티콘조차도 없는 공지사항 달랑 한 줄을 보면서
엄마는 그 메시지 여백을 가득 채운 너의 실망스러운 마음이 느껴지는 듯했어.
아무리 추첨결과라고는 하지만, 낙담했을 얼굴도 보이는 것 같았고...
네가 이곳, 우리 집에 있었다면
엄마를 너를 보면서 무슨 말을 해 주었을까?
괜찮지 않은 너에게
괜찮아
이렇게 썼던 답장을 지워버렸어.
너에게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라는 생각에.
차라리 함께 속상해하고 아쉬워하고, 네가 원하는 학교에 덜컥 '뽑힌' 친구들을 질투해 주고
어쩌면 이런 것들이 지금 너에게는 더 필요한 것이겠다 생각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별도로 당장 무슨 말이든 한마디는 남겨줘야 할 것 같은 마음에
한 참을 고민했어.
"추첨인데 어쩔 수 없지 뭐, 괜찮아, 거기도 좋은 학교야"
혹은
"어딜 가나 배울 바가 있는 거야, 실망할 필요 없어"
아니면,
"짧은 기간인데 어차피 크게 의미는 없을 거야, 해외에서 경험이나 마인드를 넓히는 게 더 중요한 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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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썼다 지우기를 반복.
아무리 생각해도 괜찮지 않은 너에게 "괜찮다"라고 말해 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실망한 너에게 "실망하지 말라"라고 말해 주는 것은?
네가 그렇게 공들인 일에 대해서 "상관없어, 사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싶더라구.
믿음
엄마의 경우를 이야기해 볼게.
엄마도 사실 이런 종류 혹은 더 좋지 않은 일로 실망하고 낙담한 경우가 참 많았어.
그때마다 지금 너처럼 마음도 아프고 속상하고 그랬던 건 말도 못 하고...
그런데, 엄마가 좀 오래 살아보니까 말이지.
그때 그렇게 돼 버렸던 상황이 내가 원했던 최선의 선택만큼 혹은 그것보다 더 좋았던 경우도 참 많더라.
그러면서 엄마에게 믿음이 생겼어.
하나님은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인도하신다는 사실
우리 인생에서 모든 순간들은 의미가 있어서 결국은 선한 것을 위해 쓰이는 조각들이거든.
네가 원하는 학교는 다른 곳이었지만,
어쩌면 너의 먼 미래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네가 2순위로 선택했던 학교가 지금의 너에게는 더 필요한 곳인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곳이 당연히 네가 있어야 할 곳이지 않겠니?...
오늘 하루의 작은 일조자도 당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어.
모든 것이 다 우리 삶을 선한 것으로 완성하는데 필요한 것들이야.
신앙을 부정했던 니체조차도 이런 말을 했단다.
"존재하는 것에서 빼 버릴 것은 하나도 없으며, 없어도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J야,
이번 일 말고도, 앞으로 이렇게 네가 공들이고 애쓴 일에 대해서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길 거야.
그때마다 항상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 일이 어쩌다 보니 이렇게 잘못된 건 아니라고.
선한 목적을 위해서 하나님이 이것조차 요긴하게 써 주실 것이라고 말이야.
그러니 실망하고 낙담하는 일에 대해서도
"담대한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기를 바래.
네가 가게 된 학교가 원하는 학교는 아니었지만,
그곳이 너에게 더 필요한, 있어야 할 곳이기에 그곳으로 인도하셨을 거야.
그 믿음이 너에게 의미 있는 결과를 끌어당긴단다.
실망한 마음 회복하고,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