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니 보이는 너

엄마의 고백

by 소리


솔직한 심정은 두려웠던 것 같아, 엄마는...


'이번에도 연락 없기만 해 봐'라, 벼르며 단단히 화가 난 마음도 아니고

'역시나 전화 한 통 없네', 체념하면서도 실망스러운 마음도 아니고 말이야.


아들이 축하한다 말한데 없으면, (없을 확률 90%)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상처받을 마음의 준비.


거의 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두려웠던 것 같아.






생일날 풍경


너는 이미 기숙사로 떠났고,

아들 없이 아빠, 엄마 둘 만 보내는 아빠의 첫 생일이었어.

아빠, 엄마는 보통 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식사를 했고, 엄마는 주방을 정리했고...


디저트 타임에 맞춰 준비한 생일 케이크도 꺼내 놓았거든.

왜 이렇게 없어 보이지?


'덩그러니 케이크 하나만 올려놓아도 궁금해서 달려오던 너의 모습, 너의 한껏 흥분된 목소리 덕분에

빈 식탁이 가득 찼던 거구나....'


엄마는 왠지 허전한 식탁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샤인머스캣, 딸기 등을 올리고

접시를 이리저리 옮겨 보았지만, 이상하게 채워지지가 았았어.


요란스러운 케이크도, 무조건 10개씩 꽃던 화려한 촛불도 없이 단촐한 케이크에 커다란 초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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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도로 타 들어가는 촛불 속에 너의 얼굴이 떠오르더라.

설렘으로 넘쳐나던, 호기심과 행복, 신비한 눈빛까지 너의 표정이 얼마나 다채로왔는지...


"이 초 1개가 100세야, 100세까지 만수무강하시라구 임팩트있게 딱! 1개만... "

엄마는 어쭙잖은 핑계로 부족한 초의 개수를 커버해 보려 했지만, 궁색했겠지.

아빠는 생일축하 노래도 무안한 지 그냥 패스, 이이지는 커팅식도 자연스럽게 패스.


그냥 각자 자기가 먹을 조각만큼 덜어먹기.

첫 한 입의 감탄사도, 맛 평가도 없이 그냥 묵.묵.히 먹기 시작.

"우와~ 맛있어, 맛있어, 크림 덜어내지 마~ 크림은 케이크의 생명인데, 왜 덜어 내에에에~~~~~??"

맛있어 죽겠다는 표정인데, 심통 가득 말투가 들려오는 듯해서 잠시 웃음도 났어.


그래도 마침 엄마가 생일선물로 준비했던 에스프레소 머신이 도착해 준 덕분에

커피 이야기로 어색하지 않은 대화는 나눴지.

분위기 상상 되지? 아빠, 엄마 둘이 보낸 생일날의 풍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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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입장 표명


자정 가까이 돼서야 겨우 받은 너의 메시지 주제는 오늘의 ‘입장 표명’이더라.

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았고, 한 끼도 못 먹고 간식으로 배를 채웠고

농구마저도 전혀 못하고 있고.

지금도 연구과제 토론 때문에 전화할 시간이 없는데 겨우...


무려 카톡 10줄.

지금껏 너에게 받아본 메시지 중에 가장 길고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글이었지.

이렇게 긴 글을 쓰면서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도 담아 놓았을까?...

아빠, 엄마는 그럴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너의 10줄이나 카톡메시지를

열심히 들여보았어.


너와 비슷한 입장 표명은 아니지만, 엄마가 고백하나 할게.

그동안 엄마는 너를 ‘보지 못하고’.어쩌면 ‘보지 않고’ 살았던 것 같아.


실은 크게 다를 바도 없었던 생일 밥상이 '특별식'이 되었던 것도,

흔히 보던 케이크에 '설레임'이 이었던 것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기념사진을 남기며

이 날을 굳이 '기억'하려 했던 마음도,

유난스럽게 신선하고 부드럽다 느꼈던 생크림의 '그 맛'도...


너의 존재 덕분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아.


'그 사람이 사라져야 그 사람이 보인다'


네가 기숙학교에 입학한 이후에야 비로소 어디선가 보았던 이 말이 가슴으로 와닿지 모니...

특히 이런 '제목‘이 있는 날에는 더욱...


앞으로 이렇게 특별한 날에도 아빠, 엄마가 둘 만 보내야 하는 시간들이 더 많아지겠다 싶어.


우리 아들이 조금 더 일찍 독립해서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이렇게 짧았구나 아쉬움도 못지않게 커.


사춘기의 고비를 넘기며 어른으로 성장하는 너와 같이,

아빠, 엄마도 점점 품을 떠나가는 아들을 섭섭하게 느끼지 말고,

우리만의 새로운 일상을 만들면서 계속 성장해 나갈 것 같다.


이리 생각하니,

아빠와 단둘이 보낸 담백한 생일도 꽤 괜찮다는 느낌이 드네.


오늘도 감사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파이팅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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