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보니 알겠다
이 글은 영재교를 보낸 노하우나 과정을 담기 위한 글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아들이 그저 열심히 한 거죠, 밥만 열심히 해 준것밖에 없는데 합격했네요, 뭐 이런 취지는 아닙니다. 아들도 남들 다니는 학원의 사교육을 받으며 준비했고, 저도 겁나게 열심은 아니었지만 학원도 여기저기 알아보고 선생님과 상담도 하면서 암튼 노력은 했으니까요.
오히려 키워보니 알겠다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선배엄마가 후배엄마가에게 들려주는 후회와 반성의 이야기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이런 글을 남기려고 할까요?
합격만 하고 나면...
아이가 수학, 과학의 좋아하고 특별한 재능을 보이기 시작한다면 한번쯤은 영재교에 대해 생각해 보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대부분 영재교의 '합격'까지가 생각의 정점이 되고, 우리 아이가 그 곳에서 정말 수학, 과학을 좋아하며 행복한 성장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데까지는 고민이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영재교 합격까지가 우선 목표다 보니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유명한 학원과 선생님부터 찾아 내는 것입니다. 저도 그랬구요. 그 학원에 입학 테스트를 치르기 위해서 최소 어디까지 선행이 되어있어야 하는지, 어디까지 진도를 나가놔야 탑 반에 들어갈 수준이 되는지를 판단해서 시급히 행동을 개시하게 되죠.
이렇게 오직 합격이냐, 불합격이냐가 문제였기 때문에 합격만 하고 나면, 그게 뭐가 됐든 무조건 행복한 고민일 테니 나중에 생각하면 되지, 라고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와 돌이켜 보니, 제가 먼저 노력하고 애써야 할 것은 아이의 마음이 단단하고 중심이 서도록 지켜주고 키워주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야 영재교 입학 후에도 아이는 행복한 성장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우수한 영재들 틈에서 부적응과 열등감으로 오히려 자기를 부정하고 약해진다면, 영재교에 입학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부모에게만 영광이 되는 합격이 무엇이 중요할까요?
저는 이 메세지를 전해드리고 싶어 간절한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아이입니까?
영재교는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고, 학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상이나 교육과정이 상당 부분 아이의 자율성에 맡겨 집니다. 주중이든 주말이든 사교육을 받을 시간도 거의 없습니다. (제 아이의 경우 방학을 제외하고는 학원은 한 개도 다니질 못합니다)
보고서 작성, 발표, 팀 프로젝트, 연구과제 수행 등이 가끔씩 끼여드는 이벤트가 아니라 그냥 그 자체가 교육과정입니다. 시험공부를 위해 다양한 문제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양한 문제집 자체가 없습니다.
꺠워주는 부모도 없고, 딱히 공부하라는 선생님들의 강요도 없습니다. 하루 세끼를 챙겨먹든 안 먹든, 공강시간에 잠을 자든, 게임을 하든, 축구를 하든 자기 마음입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아이들이 사는 방식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일요일 아침마다 혼자 운동장에 나가 로케트를 날려대는 학생부터 친구들에게 재능기부 차원의 '미니강의'를 열어주는 친구, 도서관이든 기숙사 방이든 자기 공부에만 파고드는 친구, 그런가 하면 게임에 빠지거나, fail을 거듭하며 재시험을 봐야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합격 이후의 영재교 생활에서 아이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자녀의 영재교 진학을 생각하신다면, 가장 먼저 "우리 아이가 이런 환경에서 스스로 행복을 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점을 질문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만약 확신이 부족하다면, 우리 아이가 진심으로 자기가 원하는 공부를 하며 행복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야 할까를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행 진도를 관리하고 모의고사 점수나 등수를 분석하고, 자기소개서, 연구과제 보고서 작성방법 등등을 알려주는 것은 꼭 부모가 아니어도 더 전문적인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리고 합격이냐 불합격이냐는 냉정히 아이의 몫입니다.
응원의 마음을 담아서
이제와 돌이켜 보니 저는 아이의 행복한 성장을 돕는 것이 엄마로서 해야 할 가장 큰 과제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습니다.
'너무 늦게'라 느끼는 이유는 아들이 영재교같은 환경에서 단단한 내공을 가지고 잘 생활하고 있는지 아직도 확신하지 못하고 불안하며 초조한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늘 아들에게 미안한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의 행복한 성장이란 것이 입시 준비같은 것이 아닙니다.
일정 기간 바짝해서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와주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는 오랜 기간 느리게 성장하고 성숙되기 때문에 긴 시간의 노력과 관찰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의 이야기는 고등입시를 앞둔 중학교 때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중학생 무렵까지 긴 시간에 걸친 배경을 갖습니다.
아들이 일반고에 입학했다해도 저는 아마 이런 글을 남겼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제 글에서 이 프롤로그가 '영재교'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오는 페이지일것 같습니다)
어느 학교, 어느 수준이든 자기가 있는 곳에서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돕기를 바랍니다.
저와 같은 아픔과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아이의 행복한 성장을 돕는 부모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응원의 마음을 담아서 말입니다.
그럼 이제 '키워보니 알겠다' 시리즈 같은 이야기를 시작해 볼께요.